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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신제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윤 회장은 “현재 국내 제과 경쟁사들의 개발력, 시설, 마케팅 등 모든 게 다 비슷하고 차별점이 없다”며 “차별화를 위해 예술적인 요소를 덧씌워야 겠다고 결심했는데, 그것이 국악이었고 이제는 우리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후반 IMF외환위기 당시 고객들이 많은 도움을 줘 우리가 살아났는데, 이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국악공연 창신제를 시작하게 됐다”며 “창신제 시작 이후 우리의 1차 고객인 대리점주들이 큰 호응을 지속적으로 보내주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국악 지원을 하는 이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창신제는 윤 회장이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 20회차를 맞는다. 17일부터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윤 회장은 창신제로 시작해 명인·명창 지원, 청년 국악인을 위한 국악관현악단·연희단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국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2년간 윤 회장이 국악 지원에 쓴 후원금은 1000억원 이상이다. 또 국내외에서 직접 개최하거나 후원한 국악 행사는 2071회, 누적 관객은 250만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왜 국악일까. 윤 회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 어려웠던 시절 우연히 만난 국악은 윤 회장에게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
윤 회장은 “당시 신사복을 입고 산에 올라 멍하니 있었는데, 그 때 우연히 청아한 대금 소리가 가슴을 때리더라”며 “이후 홀린 듯 대금을 배우게 됐고 이후 국악 전체에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 “당시 과자 분야는 간식, 주전부리 등으로 불리며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예술경영을 접목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다”며 “그때부터 음악은 국악, 미술은 조각, 문학은 시를 선택해 (예술경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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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은 임직원들의 AQ(Artistic Quotient·예술지능)를 높여준다. 단순 제조산업에서 임직원들의 예술적 감성은 독창성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지론이다. 때문에 윤 회장은 사내에 국악을 중심으로 한 예술경영을 빠르게 도입했다. 현재 크라운해태제과의 임직원들은 직접 창신제에 나와 판소리를 부르거나 무용, 소리, 연희 등까지 한다. 사내 동아리 참여자들도 많아졌다. 윤 회장은 “처음엔 내 강요 때문에 (임직원들이) 국악을 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선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참여하는 등 국악 연습을 하는 직원(250여명)들이 많아지고 있어 흐뭇하다”고 했다.
윤 회장의 예술경영은 영업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창신제는 전석 초청 공연인데, 1차 고객인 대리점주들이 대상이다. 창신제 등 국악 공연을 통해 점주들과 영업사원간 유기적 관계가 점차 강화됐고, 매출까지 증대시키는 효과를 줬다. 예컨대 매대 진열 공간을 더 확장하고 프로모션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실제 현재 국내 제과업계를 보면 굴지의 대기업들이 즐비해도 이처럼 국악 지원에 나서는 곳은 없다. 국악이라는 장르가 여전히 대중적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아서다. 민간기업에서 22년간 국악을 뚝심있게 지원할 수 있는 건 기업 오너의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최근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만큼, 한국전통 음악의 근본인 국악의 활용도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K팝을 자세히 보면 요소별로 국악의 요소가 담겨져 있을 만큼, 향후엔 국악이 미미하지만 K팝에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말고도 다른 기업들도 (국악 지원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회 창신제는 1500년전 백제가요 ‘정읍사’에서 시작해 궁중음악으로 발전한 ‘수제천’을 주제로 했다. 윤 회장은 수제천의 원형 보존과 현대적 재해석을 위해 지난 4년간 연속으로 동일 주제로 올렸다. 윤 회장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져 있는 ‘아리랑’보다 더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수제천”이라며 “수제천의 뛰어남을 널리 알리고 싶어 4년간 공연 주제로 올렸고, 완성도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 지속적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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