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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인 같은 그녀…엄마는 외국인[툰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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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25.10.05 08:30:00

카카오웹툰 '엄마는 외국인'의 박성훈 작가 인터뷰
프랑스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에게서 소재 떠올려
다문화가정 인식, 2013년 첫 연재 때와 많이 달라져
유행보다는 기본에 충실…사실적 배경 묘사에 진심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 씨를 방송에서 처음 보았을 때를 기억한다. 딱 봐도 서양인인 그가 아침 토크쇼에 나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거침없이 구사하고 누구보다 보수적인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자랑했던 그 때 그 모습을.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던 그는 비슷한 시기 등장했던 이다 도시(도씨 이다 도시 다니엘·현재는 대학교수)씨와 함께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에게 늘 큰 웃음을 던져주었더랬다.

엄마는 외국인 시즌5(이미지=카카오웹툰)
웹툰 ‘엄마는 외국인’에 나오는 엄마 변소피는 프랑스계 백인이지만 그들 못잖게 한국화된 인물이다. 아이돌 때문에 한국을 찾았던 그는 어쩌다보니 제주도로 시집을 왔다. 이제는 짬뽕에 핫소스를 뿌려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고 자랑하고 가려운 곳에는 물파스를 발라야 하며 난폭운전을 한 사람에게는 ‘드러눕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다른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사는 법을 훈수두는 것은 물론이다. 그가 실제 인물이었다면 아침마당에 등장해 하일 씨 못잖은 스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소피지만 한국에선 영원한 이방인이다. 15년 넘게 제주도에 살았지만 그녀를 관광객 취급하며 쫓아내는 불친절한 시장 상인을 만나는 일은 평범한 일상이다. 소피와 외국인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편견을 본다. 우아해보이고 싶은 건물이나 상점에는 프랑스어로 이름을 붙이고 야한 콘텐츠에는 일본어가 등장하는 것 같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것들을 작가는 웃음 요소로 등장시켜 현실을 꼬집는다.

작가는 프랑스 여행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에게서 누구보다도 한국인 같은 느낌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를 둘러싼 겉모습이 다를 뿐 사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작가는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고 유연한 사고를 갖는다면 극단적 혐오나 차별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박성훈 작가와의 일문일답.

-매화 에피소드가 굉장히 사실적이다. 처음 소재를 떠올린 계기와 엄마의 국적을 프랑스로 정한 이유는.

△처음 ‘엄마는 외국인’을 구상한 건 프랑스 여행 때 만난 완전 한국스러운 프랑스 아주머니를 만나고 나서였습니다. 고상한 프랑스 사람의 고정관념을 깬 털털하고 인상 좋은 모습이 재미있어서 이런 분이 한국에 와서 사는 이야기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 후 다문화 가정에 관한 이야기로 넓혀가면서 여러 다문화 가정 엄마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지금의 스토리로 이르게 되었네요.

아빠는 제가 모델이고 아들은 제 아들이 모델입니다. 아쉽게도 제 아내는 한국인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변기통으로 정한 이유는.

△작중 인물 이름의 큰 의미는 없습니다. 제 작품에서 주인공과 등장인물은 외우기 쉬운 독특한 이름으로 짓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기통(아들), 변태랑(아빠), 변태산(강아지)이 탄생했습니다. 엄마의 이름은 소피인데 남편의 성을 따라 변소피가 되었습니다.

-연재를 시작하고 약 12년 정도가 흘렀다. 첫 연재를 시작할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다문화 가정,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나 생각이 많이 바뀐것을 느끼는지.

△연재 전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자료 조사도 하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코믹으로 담을 자신이 없을 정도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습니다. 그 안에서의 고부간의 갈등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비극, 제도적인 문제점도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만 해도 예전에는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사람들이 신경도 안 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이 성장한 게 가장 큰 변화일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오랜 연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성훈 작가.(사진=본인 제공)
-비단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 뿐 아니라 ‘다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 이데올로기나 혐오, 차별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신념이 점점 고착되어 타협하지 않고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는 분위기에 유연한 사고, 다름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소개하고 같이 생각해 보자라는 취지로 가볍게 그리려고 합니다. 주제 넘게 가르친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자신의 주장, 생각, 가치관, 철학이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 시민이 가져야 할 당연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신념이 모여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런 신념이 신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접하는 정보만 옳고 내가 믿는 신념이 절대적이며 내가 지지하는 곳이 무조건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종교이고 신앙이 됩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얻은 정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주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생각이 다른 서로가 공존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40대인 기자에게는 작품 스타일이 매우 익숙하다. 80년대생들에게 익숙한 만화 형태와 요즘 웹툰은 좀 차이가 있는 듯 한데 세대를 거슬러 통하는 작품을 그리는 비결이 있다면.

△연출과 구성이 요즘 웹툰의 형식을 따라가고 있지 않습니다. 컷의 사이즈가 일정한 것도, 요란한 효과를 자제하는 것도, 지나친 과장을 안 하는 것도 요즘 스타일이 아니지요. 어설프게 요즘 유행을 쫓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만화는 독자들이 분명히 그 가치를 알아봐 주실 거라 믿습니다.

-개그 코드는 타고난 것인가.

△개그 코드가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편이라 젊은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며 배우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시니컬한 웃음보다 캐릭터들이 스스로 망가지며 웃기는 개그를 선호하는데 그래서 20대인 아들을 웃기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내가 제 만화를 보고 웃어줄 때 가장 희열을 느끼고, 그 목표로 개그를 짜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양입니다.

-배경 묘사에 진심이라는 독자들의 평이 있는데.

△배경을 통해 최대한 그 상황의 분위기와 정보, 인물의 심리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어차피 허구인 이야기를 독자들이 사실처럼 느끼려면 배경 묘사가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3D 배경은 자제하고 카메라를 들고 직접 취재를 다니면서 사실적이고 정성 들인 배경을 만들려고 저는 물론 문하생도 애쓰는 중입니다.

-본인에게 제주도는 어떤 곳인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어디서 살아보고 싶은지.

△서울에서 태어나 제주도에 온 지 15년 쯤 되었는데 정신적으로 지치고 한계에 몰린 저를 위로해 주고 보듬어 준 곳이 제주도입니다. 서울에서 쓸 수 있는 작품이 있고 제주도에서만 쓸 수 있는 작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 달 살기를 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주인공 기통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엄마는 외국인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이며 언제까지 연재를 계획하고 있나.

△기통이가 혼혈이라는 껍데기를 깨고 자립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습니다. 거기에는 사회적 껍데기가 깨지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겠지요. 엄마는 외국인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작품이라 애정이 큽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좀 더 남아서 그것까지 다 털고 나면 자연스럽게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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