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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가 열리며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고준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고준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여당 측 상임위 소속 의원과 원전 소재 지역구 의원 6명이 함께 했으나, 법안 통과의 키를 쥔 다수 야당을 설득하려는 실질적 노력,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여야 공히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여당은 7년 후부터 찾아올 원전 내 고준위 방폐물 포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나 몰라라 한 채 원전 확대라는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하고 있다. 전 정부 집권 시절 섣부른 탈(脫)원전 정책으로 ‘에너지의 정치화’를 낳은 야당 역시 우리나라 전체 전력 공급의 30%를 맡은 핵심 전력원의 위기보다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 반대’ 프레임에 치우친 모습이다.
물론 고준위법이 현 21대 국회 내에서 처리되지 않더라도 당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는 7년 후이고, 임시방편으로 지역 주민을 설득해가며 부지를 확장할 수 있다. 또 법이 통과되더라도 중간·영구저장시설 부지를 정해 사용 후 핵연료를 해당 시설에 옮기는 데는 37년이 걸린다.
그러나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일 뿐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심각한 문제다. 현 국회는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는 ‘동상이몽’ 성격이 있기는 했지만, 유례없이 여야가 함께 고준위법을 발의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협상의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무산되는 분위기다.
현 정치 시스템으로 10~20년 뒤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국가 대계인 에너지 문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추진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에너지는 이미 정치화했고 눈앞의 표를 의식한 진흥 정책은 쏟아지지만, 정작 국가 지도자급이나 정치권은 사용 후 핵연료 같은 불편한 뒤처리에는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누구도 에너지의 10년 후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원전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계 주요기업의 캠페인 RE100은 현 정부·여당 내에서 마치 금기어처럼 취급되고 있다. 해상풍력 역시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돼 있으나 여야의 주고받기 식 법안 처리 속 후순위로 밀려 있다.
바로잡을 기회는 아직 남았다. 고준위법이나 해상풍력 특별법 모두 이르면 오는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시킬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오는 5월29일 21대 국회 폐원 전까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국민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린 투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맡을 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다면 그들도 눈앞의 이익만을 제시하겠지만, 우리가 생각을 달리하면 그들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