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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한동훈 장관의 약속 '범죄 피해자 보호'

성주원 기자I 2023.12.11 06:00:00

국가, 범죄피해자 지원·회복 역할 중요
넉넉지 않은 예산에 지원 현장 역부족
한동훈 "개선방안 준비중" 현실화 기대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0조 조문이다. 국민의 범죄피해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뜻이다. 우리 법은 피해자가 직접 범죄자를 벌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피해자 지원·보호와 회복에 있어 국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한해 약 250만건에 달한다. 살인, 강도, 강간, 방화, 성폭력, 유괴 등 강력사건이 10% 이상이다. 이런 강력범죄는 단 1건만 발생해도 피해자는 가족, 지인 등 몇배수에 달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더욱 슬픈 건 이들 피해자 가족은 사회의 눈을 피한 채 숨어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발생한 유영철 사건의 경우 피해자 21명 중 피해자지원센터에서 찾을 수 있었던 유족은 단 3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가정 자체가 파괴됐거나 소재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재범·보복 우려에 떠는 피해자도 많다. 우리나라는 피의자 구속사유에 ‘피해자 보호’가 포함돼 있지 않다.

“범죄 피해는 운이 없어서 당하는 것”이라거나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일부의 사람들로 인한 2차 가해도 종종 목격된다. 국가가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더욱 더 세심하게 노력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범죄피해 이전으로 되돌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로지 피해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그 노력을 실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은 넉넉지 않다. 2021년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이 만들어지면서 매년 걷히는 벌금의 8%를 기금으로 조성하게 된 것은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는 지금의 2배 수준인 ‘벌금의 15%’ 정도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형사 절차에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범죄피해평가제도’가 전국 모든 경찰서로 확대 시행됐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소수의 피해자만 이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범죄피해자 인권대회에 참석해 “누가 ‘피해자의 인권이 먼저냐 범죄자의 인권이 먼저냐’라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피해자 인권이 먼저라고 답하겠다”며 “국가와 정부는 1초의 망설임 없이 피해자 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신 역시 흉기 테러 위협 범죄, 스토킹 범죄, 가짜뉴스 조작 범죄의 피해자가 돼봤다는 그는 “현실 세계 범죄피해자의 입장에서 당장 실감할 수 있는 개선을 목표로 개선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후임 하마평까지 떠들썩하지만 법무부 장관의 이번 약속은 반드시 이른 시일 내에 현실화하길 바란다. 어쩌면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약속 이행의 더 빠른 지름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제16회 범죄피해자 인권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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