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주어질 때 이를 놓치지 말고 최대로 활용하라는 의미다. K 컬처가 세계인들의 뜨거운 감자다. K 팝에 이어 드라마·영화 등 K 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말 그대로 ‘물 들어온’ 아이템이다. 이에 ‘K 컬처’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산업이 ‘관광’이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서비스산업TF’에서 ‘콘텐츠·관광 분야 수출 활성화 추진방안’을 발표한 내용만 봐도 그렇다. K 컬처를 활용해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게 이번 발표의 주요 골자다. 관광과 K 컬처를 융합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BTS 등 K팝을 필두로 한 K 컬처의 인기는 세계인에게 한국여행을 버킷리스트로 삼게 했다. 우리 정부도 K 컬처의 파급력을 관광 분야에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2023~202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팬데믹 이후 국제관광수요를 조기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을 알리는 첨병에도 K 컬처를 적극 활용 중이다.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진행 중인 ‘K 관광 로드쇼’의 간판도 K 컬처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 관광 홍보 행사에서도 ‘K 컬처’는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인 로빈은 갓을 머리에 쓰고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니 한국에 가서 드라마에 나온 장소들을 가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K’에 너무 도취한 나머지 세밀한 전략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웃 국가인 일본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지난달 30일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제20차 관광입국추진 각료 회의’를 열고 ‘신(新)시대 인바운드 활성화 액션 플랜’을 확정했다. 2025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200만명, 인바운드 여행소비액 5조엔(약 47조원)을 달성한다는 단기 목표도 수립했다.
이 전략이 핵심은 범부처가 참여해 관광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단순 관광·여행 목적의 일반 관광객을 유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관광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부처마다 ‘인적 교류’가 포함된 정책사업의 범위와 목표를 관광 분야로 확대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인바운드 관광 수요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즈니스(산업·경제)’, ‘교육·연구’, ‘문화예술·스포츠·자연’ 등 3개 분야로 나눠 총 78개의 세부 실행 방안도 내놨다. 비즈니스와 교육·연수 등을 위해 일본으로 들어오는 모든 인원을 관광객으로 간주하는 시장 확대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포석이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 ‘보이지 않는 무역’으로 불릴 만큼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K 컬처’라는 강력한 무기를 전방에 내세워 치열하게 전투 중이다. K 컬처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와 호감도를 한국관광 수요로 전환하려는 의도다. 다만 이렇게 만든 수요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겠다는 세부 전략은 없다.
물 들어온 ‘K 컬처’의 힘은 대단하다. 동북아의 이 작은 나라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노를 제대로 저어야 한다. 그러자 않으면 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