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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명퇴금 제한 논란…“신규채용 발목” VS “돈잔치 안돼”

박종오 기자I 2019.04.24 05:30:00

[공공기관 경영평가 리포트]①고용창출
명퇴금 상한 제한에 퇴직자 줄어 신규채용 급감
기재부 “금융 공공기관, 민간 수준 명퇴금은 과도”
작년 시중은행 평균 특별퇴직금만 평균 4억원 달해
총인건비내 추가 위로금 허용.."주지 말라는 것" 불만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돼라”는 문재인 대통령 독려에도 불구, 신규 채용을 줄인 공공기관은 저마다 사정이 있다. 조직 및 사업 축소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부터 전년 대규모 채용 확대로 인한 기저효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든 곳도 있다.

특히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IBK기업은행 등 금융 업종 공공기관은 일자리 창출을 발목 잡는 원인이 따로 있다고 하소연한다. 기획재정부의 명예퇴직금 상한 제한으로 명예퇴직 대신 임금 피크제를 선택하는 인력이 늘면서 신규 채용을 줄여 전체 정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명퇴금 상한제한을 풀면 언제든 신규 채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금융 공공기관들의 주장이다.

반면 기재부는 금융 업종 공공기관에 민간 시중은행 수준의 과다한 명퇴금을 지급하는 자체가 문제인 만큼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는 입장이다.

◇명퇴금 상한 제한에 퇴직자 줄어 신규채용 급감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정규직 퇴직자 수는 76명에 불과했다. 이 은행의 연간 퇴직자 규모는 2014년 245명, 2015년 246명, 2016년에는 278명에 달했으나 2017년 81명, 작년에는 80명 미만으로 확 쪼그라들었다.

반면 만 57세부터 3년간 임금을 단계적으로 깎으며 정년까지 일하는 임금 피크제 대상은 작년 말 현재 311명으로 2014년 말 8명에서 4년 새 303명이나 불어났다. 임금 피크제 적용자는 당장 내년에 지금의 2배인 652명으로 급증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있어야 그만큼 새 직원을 뽑을 수 있는데 명예퇴직 제한과 임금 피크제 진입자 증가 등으로 갈수록 신규 채용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말 188명을 내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명예퇴직을 한 차례도 시행하지 못했다. 감사원이 규정상 퇴직금에 위로금을 얹어주던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이후로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다.

문제는 퇴직금 규제 강화로 정년을 앞둔 사람이 임금 피크제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기준대로라면 금융 공공기관 직원은 명예퇴직보다 임금 피크제를 선택할 때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현행 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보면 공공기관의 명예퇴직금은 기존 월급(기본급 또는 월평균 임금)의 45%에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의 2분의 1을 곱해서 구한다. 예를 들어 월급 800만원인 기업은행 직원이 정년을 3년 남기고 퇴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명예퇴직금이 648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직원이 임금 피크제에 들어갈 경우 3년간 기존 연봉의 1.95배인 1억87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급액이 무려 1억원 넘게 차이나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기재부 “금융 공공기관, 민간 수준 명퇴금 과도”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도 기업은행과 사정이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2014년, 수출입은행은 2010년을 끝으로 명예퇴직을 한 차례도 단행하지 못했다.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회사를 관두는 직원에게 3년 치 연봉을 두둑이 챙겨주는 희망퇴직 제도를 수시로 운용해 청년 신규 채용 등 세대교체에 발 벗고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 4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의 명예퇴직자가 받은 명퇴금은 평균 4억원 선이다. 일반 퇴직금을 제외한 특별 퇴직금 만이다.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 공공기관 임직원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세대 간 빅딜’을 주장하며 직접 금융 공공기관의 퇴직금 규제를 푸는 데 총대를 멨지만 아직 결론을 못 내고 있다.

공공기관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이다. 기재부는 금융 공공기관만 퇴직금 규제를 풀어줄 경우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고, 억대 퇴직금 지급으로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은행만 해도 2008년부터 최근까지 네 차례나 감사원 감사를 받으며 명예퇴직금을 너무 많이 준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금융 공공기관 직원이 꼭 시중은행처럼 명퇴금을 많이 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는 공공기관 예산 편성 지침에 “각 기관이 총 인건비 한도 안에서 명예 퇴직자에게 명예퇴직금 외에 추가로 지급하는 ‘퇴직 위로금’을 편성할 수 있다”고 일부 기준을 완화했다.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재부가 정해준 기존 인건비 범위에서 명예퇴직금을 알아서 지급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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