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입'의 귀환…티켓 판매도 웃었다

김현식 기자I 2025.01.20 06:00:00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4번째 시즌 개막
빅토르 위고 동명 소설 원작 창작 뮤지컬 대작
주인공 그윈플렌 役에 박은태 이석훈 규현 도영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 "역대 시즌 통틀어 가장 훌륭"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입이 양옆으로 찢겨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서커스단의 광대 청년 그윈플렌. 그가 공연계를 다시 뜨겁게 달구고 있다.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가 약 2년 반 만에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새 시즌의 막을 올린 것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웃는 남자’는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그윈플렌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채롭고 화려한 구성이 돋보이는 무대에서 웅장하면서도 애절한 선율의 음악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5년의 준비 기간 동안 175억 원을 투입해 완성한 대작이다. 2018년 초연 이후 ‘예그린뮤지컬 어워즈’, ‘한국뮤지컬어워즈’, ‘이데일리 문화대상’, ‘골든티켓어워즈’ 등 여러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트로피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9일 개막한 이번 공연은 4번째 시즌에 해당한다. 극본과 연출을 담당한 미국 브로드웨이 출신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은 19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공연을 더 타이트하게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하면서 드라마 요소를 강화했다”며 “역대 시즌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공연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웃는 남자’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그윈플렌이 밑바닥 광대에서 최상위 귀족으로 신분이 급상승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한다.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

뮤지컬 ‘웃는 남자’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사진=EMK뮤지컬컴퍼니)
요한슨 연출은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진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도록 공연을 구성했다”면서 “극소수의 부유층이 모든 것을 독점하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그윈플렌 캐릭터의 정체성인 ‘찢긴 입’에 대해서는 “외모와 겉모습에 대한 집착은 현시대 또한 마찬가지”라며 “‘웃는 남자’에는 다양성이 세상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도 녹아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시즌엔 박은태, 이석훈, 규현, NCT 도영이 그윈플렌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요한슨 연출은 “그윈플렌은 서커스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삶에 있어서도 연극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라며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복잡한 캐릭터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며 지도했다”고 말했다.

처음 출연하는 도영에 대해선 “그웬플렌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 줄 아는 매우 재능 있는 배우”라고 호평했다. 이어 “가창력도 정말 놀랍고 여자 주연 배우들과도 자연스러운 케미를 보여줬다”면서 “함께 작업하기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웃는 남자’ 포스터(사진=EMK뮤지컬컴퍼니)
무대에는 서범석·민영기(우르수스 역), 이수빈·장혜린(데아 역) 리사·김소향(조시아나 역) 등이 함께 오른다. 이들은 극 안에서 그윈플렌과 함께 로맨스, 가족애, 시기, 질투, 비틀어진 욕망 등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연기하며 이야기를 밀도 있게 풀어간다. 요한슨 연출은 “출연진 모두가 재능이 넘치고 각자 맡은 역할과 잘 어울린다”면서 “덕분에 무대가 아름답게 완성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웃는 남자’는 개막 후 인기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뮤지컬 부문 월간 티켓 판매액 순위에서 ‘지킬앤하이드’, ‘알라딘’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요한슨 연출은 “‘웃는 남자’처럼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할 기회를 주는 뮤지컬은 드물다”며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이 슬플 때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것을 마주할 때도 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걸 체감하며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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