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 환불 지연 사태를 초래한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그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25일 “최악의 사태로 상정,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한 지 나흘 만의 일이다. 티메프를 소유한 큐텐의 구영배 회장은 같은 날 오전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약속을 뒤집고 불과 수 시간 만에 법원행을 택한 ‘기습’ 신청이다.
기업 회생은 법원이 채권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파탄에 직면한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재산보전 처분이 내려지면 임금, 조세 등을 제외한 기존 채무 상환 의무가 사라져 티메프의 판매자 미정산금 상환은 올스톱된다. 파산보다 덜할진 몰라도 영세 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판매자 미정산액을 210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6,7월 판매분까지 합치면 최소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정부가 긴급히 5600억원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내놓긴 했어도 저금리 대출 및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 상당수여서 빚 내서 빚 갚는 격이다.
티메프 사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의 첫 기업 회생 신청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도 소비자 불신 등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게 뻔하다. 법조계에서는 공장, 토지 등 유형 자산은 거의 없이 지식 재산과 네트워크, 신뢰 등이 자산의 거의 전부인 플랫폼 기업에게 회생 절차는 의미가 없다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티메프가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을 낸 상태에서 구 회장이 시간 끌기에 나선 것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판단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주목되지만 분명한 것은 정산금을 줄 수 없는데도 티메프가 쇼핑몰을 버젓이 운영했다는 점이다. 사기, 배임 등 법을 어긴 행위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반드시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할 이유다.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지만 정부는 차제에 플랫폼 업체들의 불합리한 판매 관행도 즉시 개선해야 한다. 판매 대금 지급을 최대 70일까지 미룰 수 있는 정산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유사한 피해는 언제든 또 닥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