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은 제네릭 시장 전략을 적극적인 특허소송으로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하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경쟁사가 단독으로 우선판매품목허가를 가져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특허전략을 신경을 더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특허심판 청구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5일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되기 직전에 집중적으로 특허심판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하려면 ‘최초 특허심판 청구’와 ‘최초 허가신청’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필수인데 이중 ‘최초 특허심판 청구’ 자격을 사전에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다.
특히 ‘3월15일 이전에 청구된 특허심판은 모두 같은 3월14일에 제기된 것으로 인정된다’는 규정을 활용 14일까지 무더기로 특허심판이 청구됐다. 이미 특허소송이 진행 중인 의약품의 경우 3월15일 이전에 특허심판을 제기하면 우선판매품목허가 획득 자격을 같이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176건의 특허심판이 제기됐는데, 지난 13일과 14일에는 각각 94건, 64건의 특허심판이 청구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제기된 111건보다 47건 많은 특허심판이 이틀만에 청구된 것이다. 심지어 지난 14일은 토요일이었는데도 제약사들의 특허심판 청구가 끊이지 않았다.
제약사들의 전방위 특허소송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최초 특허심판이 청구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심판을 청구한 업체도 우선판매품목허가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3월15일 처음으로 특허심판이 청구됐다면 29일까지 같은 내용의 특허심판을 청구해도 우선판매품목허가를 공동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특허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특허소송 가담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무더기 특허심판 청구로 제약업체 특허팀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중 네비팜이라는 신생업체가 13~14일 새로운 특허심판을 수십건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특허소송을 이겨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지만 다른 업체들도 우선판매품목허가 자격을 확보하려면 27~28일까지 특허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처지다. 이미 수십개 업체가 특허팀을 총동원, 특허심판 청구를 검토 중이다.
특허소송을 빨리 끝내려는 물밑작업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제약사들이 제기하는 특허소송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특허무효소송’과 자사 제품의 특정기술이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의 권리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구분된다. 이중 권리범위확인심판은 병합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개별적으로 심판일자를 앞당기기 위한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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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특허소송에는 28개 업체가 참여한 상태다. 바라크루드는 지난해 1508억원의 매출로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큰 제품일수록 제약사들의 특허소송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특허소송에서 승산이 없는 제품에도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노리고 무더기 특허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제약업체들이 총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