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만화 이젠 예술..심시티 게임도 다큐로 레벨업

김상윤 기자I 2014.07.18 03:43:50

[게임도 예술이다]②만화는 화형식 대상..이젠 웹툰시대
심시티로 도시 흥망성쇠 다큐멘터리화
인베이더 캐릭터 건불벽에 타일처럼 숨겨져
영화보다 영화같은 게임의 등장..멀티엔딩 경험

1)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타일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로 탈바꿈하고 있다. 2)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는 다큐멘터리 기록 영상처럼 편집돼 활용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상윤 이유미 기자] 1972년 2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열세 살이던 초등학교 6학년생이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 이유는 어이없게 만화책에서 본 ‘부활 흉내’였다. 만화책에서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 걸 따라한 사건이었다. 학생들과 선생님은 학교에서 불량 만화 화형식을 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사실 1960~1970년대 매월 어린이날이면 전국에서 만화책 화형식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불량만화 특별단속을 지시해 서울 시내 만화방을 급습해 몇천 권, 몇만 권을 불태웠다. 만화는 ‘불량식품’같은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하위문화’로 인식했던 것이다.

만화 화형식 장면
그랬던 만화가 이젠 당당하게 예술로 지위가 격상하고 있다. 2011년 만화진흥법이 만들어지더니 작년에는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게임을 예술 범주로 포함시켰다. 만화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에 이어 예술 지위를 받은 것이다. 현재 만화는 ‘웹툰시장’이 열리면서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만화가 출신인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아기공룡 둘리’가 1980년대엔 불량만화로 찍히기도 했다”면서 “이제는 만화가 문화콘텐츠로 인정받으며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게임은 새로운 미디어 예술 장르로 거듭나고 있다. ‘심시티’(Simcity)는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 이용자가 평평한 땅에 직접 도로, 수도, 전기 등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도시를 계획한다. 잘 가꿔진 도시라면 자연스레 시민 수가 늘어나고 세금도 충분히 들어온다. 물론 반대 상황이면 폭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비디오 게임 화면을 이용해 스토리를 만드는 크리스 하울렛(Chris Howlett) 아티스트는 심시티를 통해 도시가 만들어지고 붕괴하는 게임 내 모습을 다큐멘터리 기록 영상처럼 편집했다. 동영상을 보면 마치 도시를 둘러싼 우리의 삶을 담담하게 관조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박 교수는 “무엇이든 철학과 작품의식이 있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면서 “게임도 사람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갤러그’로 알려진 ‘스페이스 인베이더’ 게임은 타일 아트 프로젝트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여 있는 아티스트가 타일 모양의 ‘8비트 도트(dot)’로 게임을 만들었던 방식에 착안해 예술로 탈바꿈시켰다. 런던, 제네바, 프라하, 도쿄,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건물 벽에 게임 캐릭터가 타일처럼 숨겨져 있다. 사람들은 골목길을 거닐다가 인베이더를 발견하면서 옛 추억을 환시시키며 예술적 감흥을 받는다. 게임이 추억과 문화의 한 축으로 ‘공유의 장’이 된 셈이다.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는 다큐멘터리로 편집돼 활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게임도 나오고 있다. 게임 제작사 ‘퀀틱 드림’의 ‘비욘드 투 소울(Beyond Two Souls)’ 게임은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윌리엄 데포와 엘런 페이지를 캐스팅해 블록버스터 못지 않는 제작비를 들여 게임을 만들었다. 실제 인물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픽 작업에 신경을 썼고, 무엇보다 게임이용자의 의지에 따라 게임의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 구조를 띄고 있다. 영화가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결말을 보게 된다면, 이 게임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결말을 맞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류임상 뉴미디어 아티스트는 “기존 예술이 마냥 보고 감흥을 느끼는 데 국한됐다면 새로운 세대는 함께 경험하고 체험하는 예술을 더 선호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무한한 예술적 경험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캔버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욘드 투 소울’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게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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