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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구내식당 근로자 불법파견? 대법원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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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11.02 09:00:00

조리·배식 업무 불법파견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영양사 지시만으론 상당한 지휘·명령 보기 어려워"
타이어 제조업무와 구내식당 업무 명백히 구별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영양사가 작업지시서를 제공하고 간단한 지시를 한 것만으로는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김모씨 등 5명이 금호타이어(073240)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원고들은 1992년부터 2010년 사이 금호타이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에 입사해 곡성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2015년 금호타이어의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직접고용의무이행을 청구했다.

1심은 구내식당 업무가 타이어 제조 업무와 명백히 구별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 소속 영양사가 작업지시서를 제공하고 조리·배식 과정에 직접 참여해 원고들의 작업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고 봤다. 또한 원고들의 업무가 구내식당 운영에 필수적이고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며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피고 금호타이어가 불복해 상고한 가운데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우선 “금호타이어가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작업지시서는 재료의 종류와 비율, 간단한 조리 방법만 담고 있을 뿐 구체적인 작업 방식이나 요령, 순서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영양사가 조리·배식 과정에서 어떤 요청을 했는지, 원고들과 어떤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증거도 부족했다. 영양사 등이 원고들의 근태관리나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없었다.

원고들이 금호타이어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문제를 제기했다. 원고들의 조리·배식 업무는 금호타이어의 주된 업무인 타이어 제조·생산 업무와 명백히 구별된다. 구내식당 업무를 중심으로 보더라도 금호타이어 소속 영양사 등은 식단 선정과 식재료 조달·검수를, 원고들은 조리·배식을 각각 담당했다. 양측의 업무가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었고 서로 대체할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대법원은 사내협력업체가 독자적 결정권을 행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은 기본적으로 식사 인원을 기준으로 지급됐다. 원고들이 공장 근로자들의 식사시간에 맞춰 일한 것은 도급 방식 운영에서도 당연한 일이다. 금호타이어가 근로자 수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사내협력업체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근무시간, 근무조 편성 등을 일정 정도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사내협력업체의 업무 범위가 조리·배식으로 한정돼 있었다는 점도 근로자파견으로 보기 어려운 근거로 대법원은 제시했다. 원고들이 이 외 추가 업무를 수행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파견, 자백의 성립 여부 및 고용간주, 직접고용 시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단순히 작업지시서 제공이나 업무의 필수성만으로는 근로자파견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구내식당처럼 회사의 본래 업무와 명백히 구별되는 업무의 경우,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이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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