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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가 된 '미운오리새끼'…그는 오리가족과 재회했을까[툰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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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25.10.26 08:43:01

네이버웹툰 미운오리새끼 서면 인터뷰
이유없이 미움받던 둘째…작가 본인의 이야기 담아내
"가족은 애증의 관계…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감정"
"상처받았다면 거리두며 용서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길"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가족’이란 무엇일까.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인연을 맺는 사람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함께 헤쳐나가는 사람들. 내게 어떤 일이 닥치든 내가 무엇을 하든 날 믿어주는 사람들. 하지만 그만큼 가깝기에 남들과 같은 말, 같은 행동을 해도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가족이 아닐까.

펀지르르 작가의 ‘미운오리새끼’는 그야말로 ‘원수’(?) 같은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4남매 중 둘째인 주인공은 자라면서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을 감당해내야 했고 아무 잘못이 없어도 온 가족의 미움을 독차지했다. 그렇게 성장한 그는 독립한 뒤 가족들과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가족들과 직면하게 된다.

그동안 가족과의 일화를 생활툰으로 그려 낸 웹툰은 많았다. 대부분 어릴 적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는 성인이 되어도 씻어내지 못했고 트라우마로 남아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만들곤 했다.

(이미지=네이버웹툰)
서면 인터뷰에서 작가는 본인의 경험에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한다. 검은 펜으로 그려진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그림체는 푸른 색 옷을 입고 무거운 이야기를 거침없이 이어 나간다. 우울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이야기를 끊어낼 수 없는 것은 안쓰러운 주인공이 더 나은 미래를 만나길 기대하는 마음과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을 지향한 작가의 배려 덕분이다.

앞으로 주인공은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게 될까. 백조 가족의 품 속에서 다시는 오리 가족을 만나지 않았을 미운 오리새끼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될 지 궁금해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운 오리새끼는 본인의 이야기입니까.

△제 경험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작품 속 인물과 사건들은 메시지를 보다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 해 허구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실제 제 이야기와 닮은 부분도 있지만 결국 작품은 ‘현실을 기 반으로 한 창작’에 가깝습니다.

-힘든 소재일 것 같은데 어떻게 작품으로 소화할 생각을 했습니까.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완결 후기에 담으려고 합니다.

-‘가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족은 정말 애증인 것 같습니다.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감정처럼, 죽이네 사네 싸워도 어디서 정말 맞고 오면 화나고 싫습니다. 그렇지만 간지러워서 티 내기는 싫은.....뭘까요 가족이란?:)

-가족이 보금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보금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족으로서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해지고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가족이라도 해가 되는 관계라면 결국은 독립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가까운 관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역설적으로 떨어져 지내면서 오히려 관계가 회복되고 돈독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관계를 끊어내고 싶어하면서도 마음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죠. 중요한 것은 ‘가족이니까 끊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끊을 수밖에 없게 만든 상처의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으로서 기능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적인 관계라면 가족이든 친구든 단절이 필요합니다. 끊기 어렵다는 것은 어쩌면 그 상처 이전에, 아직 놓지 못한 무언가가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작품에서는 어릴 적 가족에게 받은 영향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면.

△이 질문은 조심스러웠습니다. 제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움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일은 결국 자신을 서서히 병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움보다는 마음속에 사랑을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아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스스로 가두는 일과도 같습니다. 우선은 거리를 두고, 용서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그러다 보면 마음의 무게도 조금씩 가벼워질 것입니다. 저 역시 힘든 시기에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경험이 제게는 마음을 치유하는 작은 시작이 되어주었습니다.

펀지르르 작가 이미지.(그림=작가 본인)
-살면서 본인에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예전에 매우 친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서 ‘긍정의 마인드’를 배웠어요. 자신감이란 결국 자신을 믿는 마음인데, 그게 부족하던 시절 그 친구는 제 안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긍정해주고 북돋워주었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흡수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예상치 못한 깨달음과 성장을 얻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림체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느낌인데 작품에 사용되는 색을 검정과 푸른색 두 가지로 정한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그림의 밀도까지 높아지면 독자들이 받는 정서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림은 간결하게 색감은 감성적인 톤으로 통일했습니다. 흑백보다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색을 선택했으며 눈이 편안한 톤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특별한 연출적 의도가 있지 않은 한, 작품 내에서 스타일을 크게 변경할 계획은 없습니다.

-작품의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감히 누군가에게 조언할 자격이 있을까 싶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면 그 상처 위에 조금씩 천천히 사랑을 쌓아 올리는 노력을 해보세요. 이 말은 상처 준 사람을 계속 마주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하고,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타인이 나를 사랑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고 의무라는 것’입니다. 이 인터뷰를 보시는 상처받은 모든 분들이 늘 행복하길 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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