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해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자동차나 스마트폰이 중국 이외의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약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한령(限韓令)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케이팝(K-POP), 드라마 등 한류 관련 상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폭넓은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한 후 상당 기간 대체시장을 못 찾던 화장품도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의존도 낮추기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만은 아니다. 대미 수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만큼 대중 수출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통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동맹국에 협력을 요청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등 업종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을 포함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대체 부품이나 광물을 찾는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일부 업종은 중국에서 매출이 급감한 후 오랜 기간 대체시장을 찾지 못해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이냐 아니냐, 혹은 중국이냐 미국이냐 하는 논쟁은 소모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달 ‘한일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이분법적인 사고가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의 경색 속에서도 한국이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모멘텀을 마련해가고 있으며, 중국 역시 미국의 압력 속에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잃어버린 경제적 실리를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한중 자유무역협정 중 서비스무역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무역은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어 동 협정의 타결을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한중 관계 경색으로 침체한 한중 문화교류를 확대하고 중국 정부가 한류 관련 제한을 전면 해제하도록 요청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애국주의 소비 열풍 속에서도 케이팝을 배우려는 중국 젊은이들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중국에서 한류가 제2의 붐을 일으키고 한국 소비재에 대한 수요를 회복시킬 여지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어렵게 성사된 한일중 정상회담이 한중 관계 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