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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근재(59)씨는 12일 이데일리와 만나 “코로나 때엔 점심에 백반 70~80그릇 정도를 팔았다면, 지금은 20그릇 정도 늘긴 했다”면서도 “재료값 오르고 인건비는 비싸니, 가게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인건비다. 인건비를 아끼려 94살 노모까지 식당에 나와 일을 돕고 있다. 이씨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머니와 같이 아침부터 나와 일을 한다”며 “28년째 일하고 있지만 요새 가장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 내년엔 1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씨는 한때 식당에 6명까지 뒀던 직원을 3명으로 줄였다. 가게 운영시간도 단축해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만 연다. 그는 “밤에 장사하려면 최소 주방장 1명과 설거지 담당 1명을 더 둬야 한다”며 “장사가 안되면 이 사람들 월급주고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이어 “요즘은 5시간 일해도 일당으로 대략 6만원 준다”며 “내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면 5시간 근무해도 콜비까지 합쳐서 7만원 정도 줘야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중구에서 42년째 순댓국 집을 운영 중인 김영주(66)씨도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했을 때와 비슷한 무력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로 진정되고 나아지나 싶었는데 야채 값도 많이 오르고 막막하다”며 “야채나 식용유, 고춧가루 등을 많이 쓰고 있는데 재료 값이 많이 올라서 가격을 올려야 하나 다른 가게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정부에서 지원했던 소상공인 대출의 금리 상승도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금리가 거의 두 배 이상으로 뛴 것 같다, 예전엔 50만원 냈던 이자를 이제는 90만원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북구에서 22년째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철진(63)씨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영업이 나아지나 싶었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외식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인근 가게 10곳 중 3곳 정도를 빼곤 모두 인건비, 재료값에 고통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자영업자 지원해준다고 말은 많은데, 조건이 까다롭다”며 “매출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 얼마 이상은 되고 안 되고를 나누지 말고, 예전과 비교해서 얼마만큼 피해를 봤는지 등을 가지고 기준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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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금리부담 완화 △운영자금 지원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정책 등 ‘3트랙’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자격에 한정해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고, 빚을 또 끌어다 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도록 운영자금도 지원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장사할 수 있는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이 아니고, 소비의 부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으로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스러운 때”라며 “비용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게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