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백드롭]1위 보다 2위가 궁금한 `이상한` 전당대회

이성기 기자I 2020.08.09 08:00:00

코로나19 `언택트` 진행, `대세론` 속 흥행 비상
이낙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유지 속 하락세 뚜렷
김부겸·박주민 중 누가 2위 할까 더 관심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빨간불이 커졌다. 좀체 분위기가 살지 않는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속에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도 있지만, 지지율 하락세 속에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전대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록적인 폭우 때문에 주말 예정됐던 광주 및 전남·북 시도당 대의원 대회 및 합동연설회도 취소됐다. 이해찬 대표까지 참석해 텃밭인 호남에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삼을 예정이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비밀리에(?) 당 대표 선거 하고 있다는 거. 얼마나 흥행이 안 되는지…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후보들 사이에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왼쪽부터), 이낙연, 김부겸 후보가 지난달 31일 부산MBC에서 부산·울산·경남 권역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흥행 실패뿐만이 아니다.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 보다는 누가 2위를 차지하는지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탓에 일찌감치 `어대낙`(어차피 대표은 이낙연)이란 말이 회자됐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박주민 최고위원까지 막판 가세했지만, 대세론이 지배하면서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말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4명 중 29.4%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4·15 총선 이후 실시된 선호도 조사에선 전월 대비 10.5%포인트 큰 폭으로 상승한 40.2%로 처음으로 40%선에 올라섰다.

최근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25.6%까지 내려간 선호도는 지난 4월 역대 최고치(40.2%)를 찍은 뒤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재명 경기지사(19.6%)와의 격차는 6%포인트로 좁혀졌다.

경기일보가 경기도민 성인 남여 803명을 대상으로 지난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범 여권 주자`들 가운데 25.2%의 지지율을 보여 오히려 29.4%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 지사에게 뒤지기도 했다. 오차 범위 내인 4.2%포인트 차이다. 이는 사안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취지의 말로 거리를 두려 한 `부자 몸조심`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부겸 전 장관은 `책임 지는 당 대표`를 슬로건으로 이 전 총리를 겨냥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하차해야 하는 이 전 총리와 달리 `땀 흘려 노 젓는` 당 대표로 임기를 완수하겠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 전 총리의 대세론에 어느 정도 균열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당원 투표를 하면 박주민 최고위원이 김 전 장관을 제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장관이 이 전 총리와 각을 세우면 세울 수록 당심이 멀어질 수 있다”면서 “모두 소중한 당의 자산인데 공격에 치중하면 오히려 박 최고위원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상당 기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위기와 변화의 전환 시대를 맞아 세대교체를 넘어선 시대교체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출마 등 `몸값 높이기`위한 출마가 아니냐는 의심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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