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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6개월 안에 협정 준수로 복귀하지 않으면 조약은 종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 측은 내일(2일) 서면을 통해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INF 조약 탈퇴를 공식 통지할 계획”이라고 썼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옛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INF 조약은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냉전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이 문제 삼은 건 러시아가 2017년초 실전한 순항미사일(사거리 2000∼5000㎞). 미국은 이 순항미사일이 핵탄두를 싣고 유럽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480㎞에 그치는 만큼 INF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0월 러시아 측에 INF 탈퇴 의사를 분명히 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가 INF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60일 내에 협정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러 양국은 최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측을 향해 “핵무기 사용 차단 문턱을 낮춘다면 세계는 핵 재앙을 맞을 수 있다”며 핵전쟁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 측이 ‘INF 조약 폐기’ 수순을 밟음에 따라 세계는 다시 군비 경쟁의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측의 INF 조약 폐기 전략은 러시아뿐 아니라 각종 신무기 개발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군사 패권을 쥐려는 중국까지 함께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서로 간의 신무기 개발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INF 조약 탈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러시아 측을 향해 “미국의 완전 탈퇴까지 남은 향후 6개월 안에 INF 조약을 충실히 이행해 폐기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 조약의 가장 큰 수혜자는 유럽이었다”며 “우리의 요구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이 조약을 완전히 준수해 이 조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