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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이름의 '조덕현'이 꾸민 허구

김용운 기자I 2015.09.08 06:15:00

조덕현 개인전 ''꿈''
가상의 동명이인 조덕현 내세워
회화·비디오 등으로 스토리텔링
미술·문학·영화 넘나드는 60여점
광화문 일민미술관서 10월25일까지

조덕현의 ‘청춘쌍곡선’(사진=일민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띄워봤다. 배우·작가·신부·교수 등 사회에서 나름대로 활약 중인 동명이인들이 검색됐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또 다른 ‘조덕현’을 만들어 그 인물의 삶으로 여러 장르를 융합시킨 전시를 꾸며보기로 한 것이다.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작업을 선보이는 조덕현(58) 작가가 스토리텔링 형식을 접목한 대규모 개인전 ‘꿈’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오는 10월 2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 조 작가는 16점의 회화와 짧은 영상물, 9개의 설치미술, 15m의 대형스크린에 투사한 음악이 흐르는 비디오 등 총 30여점을 선보인다.

사전정보 없이 전시장 들어서면 속기 십상이다. 1914년에 태어나 1995년에 사망한 무명배우 조덕현의 일대기가 자세히 적혀 있어서다. 그대로라면 조덕현은 일제강점기 상하이에서 단역배우로 활동하다가 해방 후 귀국한다. 한국전쟁 중 가족과 생이별 후 영화판을 맴돌다가 사기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1995년 서울의 외곽도시 단칸방에서 고독사한다. 이런 조덕현의 삶이 알려진 건 미국에서 이산가족으로 자란 손자가 할아버지의 기구한 삶을 인터넷에 올리면서부터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무명배우 조덕현의 삶은 모두 가짜라는 것이다.

조 작가는 지난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기창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했다. 김 작가는 단편소설 ‘하나의 강’을 썼고 그 주인공이 바로 ‘조덕현’이었다. 조 작가는 ‘하나의 강’을 토대로 조덕현이 나오는 회화·설치·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 조덕현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 영화 ‘7번방의 선물’과 ‘웰컴 투 동막골’ 등에 출연한 배우 조덕현이 나섰다는 점이다. 허구의 조덕현을 표현하기 위해 실존하는 두 명의 조덕현이 협업한 것이다. 배우 조덕현은 가상의 조덕현으로 분장해 조 작가의 ‘청춘쌍곡선’ 등 극사실화와 영상 등에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에는 가상인물 조덕현에 대한 작품인 ‘꿈’ 외에도 조 작가가 2000년 파리 주드 폼므 개인전에 전시한 ‘아슈켈론의 개’, 가상의 국가나 전설을 발굴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와 진실의 진위여부를 묻는 ‘구림마을 프로젝트’ 등이 나왔다. 현대음악가 윤이상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음의 정원’도 있다. 수묵화의 풍경과 윤이상의 음악이 맞물린 독특한 뮤직비디오다.

조 작가는 이번 전시를 두고 “미술·문학·영화가 만나는 실험의 장으로 관람객의 의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조덕현의 ‘이 생명 다하도록’(사진=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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