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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계는 테러 위험자"..''新 백호주의'' 부활 조짐

조선일보 기자I 2005.12.14 07:16:21
[조선일보 제공] 호주의 인종 갈등은 호주 내 ‘반(反)이슬람’ 정서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002년과 올해 10월 발리 폭탄 테러로 호주인 수십명이 사망한 데다, 이라크 전쟁 이후 테러 위험이 강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주 전문가들은 “‘신(新)백호주의’가 부활할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폭동 사흘째인 13일 시드니 남부 크로눌라 지역에서는 7명이 다치고 수십대의 차량이 파괴됐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15일 경찰의 폭동 진압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러 대응을 둘러싼 갈등

시드니대학 아흐마드 시볼 교수는 “지난달 호주에서 아랍계 18명이 테러리스트 용의자로 체포되면서 중동계를 향한 백인들의 분노가 고조됐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등에서 발생한 테러가 호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중동계 주민들은 존 하워드 총리가 추진 중인 대(對)테러법안이 채택될 경우 ‘외모’만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라 경찰이 테러용의자를 14일 동안 구금할 수 있고 1년간 전자 감시장치로 행동을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 중동계는 또 호주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외국학종합연구센터 신봉섭 책임연구원은 “이 같은 분위기에 맞물려 호주에서 ‘신(新)백호주의’가 등장할 조짐이 감지된다”며 “앞으로도 제2, 3의 인종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 인구 2000만명 가운데 이슬람계는 약 30만명 안팎이다.

◆누적돼 온 인종 갈등

중앙대 호주학 연구소 소장을 지낸 정정호 교수는 “과거에는 중국계나 베트남계에 대한 반감이 특히 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낮은 임금도 마다하지 않고 일해 호주 사회에서 부(富)를 일구면서 현지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반면 아랍계는 “테러 문제와 종교 등이 얽혀 일종의 ‘문명 충돌’이 빚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호주는 비(非)백인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백호주의’를 오랫동안 채택해오다 1973년 폐지했다. 그러나 그 영향은 여전히 강하다. 폭동이 벌어진 크로눌라는 인구의 90% 이상이 영국계 등 백인으로 구성된 지역이다.

◆한국계 교민은 안전한가

정정호 교수는 “한국계에 대한 반감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에 살고 있는 한인은 약 8만5000명 정도. 시드니 한인회 백낙윤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40년 가까운 이민역사 속에, 한인들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며 “이번 폭동이 한인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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