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현장을 가다]<1>삼성 반도체 기흥 R&D단지
삼성전자, 日요코하마서 후공정 R&D 거점 구축
SK하이닉스, 美 낸드R&D 신설…"AI제품 개발…수익개선"
현대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R&D조직 전면전환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지난해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장기화로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력 수출산업이 부진한 성적을 피하지 못하자 우리 기업들이 꺼내 든 카드는 연구개발(R&D)이다. 수요가 급감하는 불황에도 견조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부가제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R&D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요 기업들 안팎에서 혁신제품 선점을 위한 뜻밖의 R&D 붐도 일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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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이 회장이 집중한 건 차세대 반도체 연구·생산·유통을 한 곳에서 진행시키는 R&D단지였다.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인 후공정에 집중하는 R&D 거점을 구축한다.
| 최태원 SK 회장(오른쪽)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9월15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SK수펙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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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미주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에 낸드플래시 R&D 조직인 SK하이닉스 낸드개발 아메리카(SK HNA)를 신설했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영업·마케팅 중심 법인이지만 최근 맞춤형 반도체에 대한 현지 고객사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R&D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설 조직은 향후 낸드 관련 차세대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SK하이닉스에 낸드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아픈 손가락이지만 온디바이스 AI에 탑재할 맞춤형 메모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해 수익 개선을 시도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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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돌파뿐 아니라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하자 가장 빠르게 점검하는 것 역시 R&D 조직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하드웨어(HW) 중심이던 R&D 조직을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전면 전환을 꾀했다.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신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해 단순 차량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에 주력하는 SW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통적인 차량 개발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차세대 SW-HW 아키텍처 통합 최적화, 파괴적인 원가 혁신 시도 등을 주도하는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라며 “1월 내 세부적인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