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가 살 길”…급식업계, 식자재 유통시장 놓고 각축전

이후섭 기자I 2023.09.23 08:00:00

주요 급식업체, 식자재 유통사업 매출비중 절반 수준 달해
64조원 규모 성장 전망…자영업자 대상 점차 사업영역 넓혀
‘손쉬운 구매’ 온라인 플랫폼으로 공략…박람회도 개최
고객 맞춤형 지원 나서고, 모바일 관리 시스템도 도입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급식업체들의 주요 수익원인 식자재 유통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가정간편식(HMR) 수요 확대와 함께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체계화된 시스템과 자본력을 갖춘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서다.

주요 업체들은 단순 식자재 납품을 넘어 메뉴개발, 마케팅 등의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박람회까지 개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또 모바일 관리 시스템 및 온라인 플랫폼 구축 등 디지털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식자재 유통사업을 위해 고객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360솔루션’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현대그린푸드는 업계 최초로 모바일 식자재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삼성웰스토리와 네오F&B의 ‘포케올데이’ 담당자가 메뉴 개발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현대그린푸드에서 운영 중인 단체급식 사업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식자재를 검수하는 모습.(사진=각 사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051500),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신세계푸드(031440) 등 주요 급식업체들의 1조~2조원에 달하는 연간 매출액에서 식자재 유통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 절반이 넘거나 그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CJ프레시웨이 매출액 중 식자재 유통사업이 75%를 차지했고, 신세계푸드는 59%의 비중을 기록했다. 아워홈과 삼성웰스토리도 식자재 유통사업의 비중이 40%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대그린푸드는 29%로 집계됐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KDFA)에 따르면 국내 기업간거래(B2B) 식자재 유통 시장은 지난 2015년 37조원에서 2020년 55조원으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64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대형 업체들은 대규모 물류센터와 탄탄한 유통망을 내세워 대량 공급이 필요한 외식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식품대리점, 호텔 등에 주로 공급해 왔다.

최근에는 주로 지역 기반 도매상들을 위주로 돌아가는 자영업자 대상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거래 관행이 투명하지 못하고 취급품목이나 지역도 제한적인 도매상들의 틈을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형 업체들이 내세운 건 온라인 플랫폼이다. 대면 영업, 전화 주문 등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식자재 구매 고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손쉬운 구매’ 온라인 플랫폼으로 공략…박람회도 개최

CJ프레시웨이는 올해 초 마켓보로의 식자재 오픈 커머스 플랫폼 ‘식봄’에 입점해 지역 식당에 직배송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과 전국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결합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상품 및 물류 서비스 경쟁력이 뛰어난 중소 식자재 업체를 발굴해 상품군과 직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10월 중순에는 70여개 고객사,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B2B 식음산업 박람회도 개최한다. 외식사업의 창업기부터 성숙기까지 단계별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IT기술이 포함된 다양한 솔루션을 직접 시연하고, 현장에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워홈도 지난 8월 식자재 주문 플랫폼 ‘밥트너(Bobtner)’를 출시하고 소규모 자영업자 공략에 나섰다. 기존에는 아워홈과 계약한 중대형 사업자들만 식자재 거래가 가능했는데, 해당 앱을 통하면 계약하지 않아도 상품을 주문할 수 있고 원가도 비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식업 창업자, 소규모 식당 운영자 등에게 식재 상품을 추천하고 조리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9월 둘째주 기준 밥트너 가입자는 지난달 말보다 대비 47% 급증하며 빠르게 늘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전처리된 커팅 채소, 대용량 조리 소스류 등 간편하게 요리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실제 판매량도 많다”며 “현재 앱 운영 초기를 거치면서 거래처 및 유입률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 직원이 고객사에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아워홈이 지난 8월 출시한 식자재 주문 플랫폼 ‘밥트너(Bobtner)’.(사진=각 사 제공)
◇고객 맞춤형 지원 나서고, 모바일 관리 시스템도 도입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는 각각 고객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모바일 식자재 관리 시스템을 내세웠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고객사에 상품개발, 세일즈협력, 홍보마케팅, 정보기술(IT)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360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와 삼성웰스토리가 동반성장하는 효과도 거뒀다. 주요 외식 고객사 40곳의 전체 가맹점이 20% 늘었고, 삼성웰스토리의 식자재 공급액도 32%나 증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업계 최초로 모바일 식자재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800여개 단체급식·외식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식자재의 입고·검수·재고관리 등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검수시간을 최대 50% 줄일 수 있고, 식품 안전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식품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급식 사업은 아무래도 인구 감소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반면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아직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예전처럼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시대다.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걸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전략이 계속 시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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