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와 노동계는 저출산 대책으로서 지어야 할 정부의 책임을 노사가 대신 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전체 모성보호급여 예산의 16% 수준만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육아휴직 등 지원 4000억 늘려…재원은 노사가 ‘부담’
20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모성보호 육아지원 사업에 2조4979억원으로 역대 최대 액수를 편성했다. 이 사업은 육아휴직급여뿐 아니라 유산·사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도 저출산에 대응한다며 내년 예산을 올해 예산(2조1000억원)보다 약 4000억원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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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01년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논란이었다. 저출산 대책으로서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모성보호 사업을 고용안정이 목적인 기금에서 지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제도 설계 당시에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도록 했지만, 재정 형편을 이유로 고용보험으로 떠넘겨졌다.
국회는 그러면서 당시 결의안을 채택해 “출산·육아는 사회 공동의 문제로 산전후 휴가급여는 장차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모성보호비용은 사회 부담화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매년 일반회계 예산에 반영하고, 일정 연한이 지난 후에는 산전후 휴가급여를 전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하면서 그 비용은 일반회계와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부터 모성보호급여는 1조원을 넘겼고,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 사태 등을 거치며 고용보험기금은 고갈 사태에 내몰렸지만, 모성보호급여는 여전히 고용보험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재인 케어 등으로 건강보험의 재정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려왔다. 내년에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인 ‘일반회계 전입금’은 4000억원이다. 지난해(3000억원)에 비해 1000억원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모성보호 지원사업 예산액 대비 정부 분담 수준은 16%에 불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반회계 전입금이 1000억원 오른 건 역대 최대”라며 “모성보호급여의 재원을 사업주와 근로자 부담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분담 비율 자체는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책임 노사에 전가”…노사 모두 ‘반발’
그러나 경영계와 노동계는 여전히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책임을 노사에만 전가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이에 고용보험 관련 정책을 심의하는 노사정 기구인 고용보험위원회의 노사 위원들은 오는 21일 열리는 위원회에서 모성보호 사업의 정부 분담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문제 제기할 전망이다.
고용보험위원회 노사 위원들은 모두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모성보호급여를 늘리는 거면, 정부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서도 전입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현재는 노사가 낸 돈으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정부는 생색만 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노동계에선 실업급여의 하한액과 반복 수급 등을 문제 삼으며 기금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취지와 맞지 않는 모성보호급여를 대폭 확대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언제까지 실업급여 계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줄 수는 없다”며 “모성보호 지원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