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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 불려서 종잣돈 마련? 자녀 걱정에 '세금 폭탄' 맞는다

이지은 기자I 2023.01.22 09:09:56

''사회 통념'' 벗어나는 세뱃돈, 증여세 대상 될수도
10년 단위 비과세 한도 미성년자 2000만·성인 5000만
추후 추징 시 가산세 붙어…자녀 명의 계좌 넣어야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설날은 아이들과 학생들이 한 해 중 가장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날이다. 한 자리에 모인 친척 어른들에게 돌아가며 세배를 하면 한 달 용돈을 넘어서는 수입이 뚝딱 만들어진다.

설 연휴를 앞둔 17일 서울 송파구 문정 래미안아파트 경로당에서 삼성아트 어린이집 원생들이 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친권자인 부모는 민법에 따라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재산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만약 부모님이 이 세뱃돈을 가져간 뒤 꾸준히 관리하다가 먼훗날 자녀에게 준다면 어떻게 될까. 상식적인 금액 수준이라면 재테크의 종잣돈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불어났다면 자칫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무상으로 자금이 이전되면 증여세를 납부하게 돼 있다. 다만 세뱃돈은 ‘사회 통념상 타당한 규모’라면 증여로 간주되지 않는다. 결혼식 축의금과 비슷한 축하금으로 분류되며 비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사회 통념에 벗어나는 규모의 금액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세 미만 미성년자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을 때 비과세 한도는 10년간 2000만원이다. 19세 이상 성인 자녀의 경우는 10년간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부모가 자녀 세뱃돈을 굴리다가 자금이 이 이상으로 불어난다면 증여로 추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증여 신고를 하지 않다가 나중에 세금이 추징되면 가산세가 붙게 된다. 자산 형성 후 더 많은 증여세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일반 무신고로 분류되면 신고 대상 금액의 20%를 가산세로 내야 하고, 고의성이 발견돼 부정 무신고로 판단되면 가산세는 40%로 늘어난다. 미납 기간에 대한 납부 지연 가산세도 매일 0.025%씩 올라간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인사청문회에서는 세뱃돈 증여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시 소득이 없던 30대 외동딸의 예금액 1억9000여만원 중 1억5000여만원이 모두 세뱃돈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고, 이게 문제가 되자 청문회 도중 증여세 1454만원을 추후 납부한 바 있다.

자산가인 가족에게 한 번에 큰 금액을 세뱃돈으로 받았다면 미리 신고하는 편이 낫다. 어린 자녀의 세뱃돈은 부모가 보관하고 있기 보다는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바로 넣어주는 게 안전하다. 자녀 계좌에 투자 원금을 입금했을 시점에 맞춰 증여세가 매겨져 추후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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