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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롯데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이밖에 △책임경영 강화 △4차산업혁명 준비 △나눔경영 실천 △위기극복의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이런 노력이 “여러분(직원) 개개인의 발전이자 롯데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신년사가 나온 지 332일. 롯데그룹은 앞선 주문들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과 함께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려서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쌓은 롯데의 업적은 기리되 ‘나이 든 그룹’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을 들였다. 과거와는 다른 신동빈의 ‘뉴 롯데’를 선보이겠다는 게 롯데의 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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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여성 간부 육성에도 공을 들였다. 조직 내 남성중심 문화를 타파하라는 신 회장의 특명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9월 여성임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여성인재들이 능력과 자질만 갖춘다면 롯데 내에서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2000년 3명에 불과했던 롯데 여성임원은 현재 21명으로 5년 동안 7배가량 증가했다. 신입사원 중 여성 입사자 비율 역시 2000년 25%에서 지난해 40%로 늘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여성 간부 비율은 2014년 9.6%였던 것이 2015년 12.1%, 지난해 14.2%로 매년 신장하고 있다. 여성 근로자 근속 현황도 15~19년이 32.3%, 20년 이상은 18.6%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 9일 열린 ‘2017 아시아 여성 리더스 포럼’에서 진행한 ‘제2회 아시아여성지수 시상식’에서 롯데백화점이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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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강조한 ‘따뜻한 나눔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지만, 정작 롯데가 처한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틀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면서 롯데호텔과 면세점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기업 윤리’를 강조했던 신 회장은 1700억원대 횡령·배임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신 회장은 바쁜 재판일정 속에서도 그룹 안팎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초 인도네시아 출장길에 올라 사업장을 점검하는 등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13만명에 달하는 롯데 직원의 사기는 이미 크게 꺾인 상태다.
롯데 한 계열사의 8년차 과장급 사원인 김모씨는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사내 분위기는 괜찮았다. 복지도 늘었고 ‘으쌰으쌰’ 잘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연말까지 회사 관련 악재가 계속 터져 나오며 불안해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