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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도자기작품이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아온 세 사람의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도자기 위에 앙드레김의 드레스를 그대로 새겨넣은 접시, 멘디니의 창의성이 고스란히 담긴 티팟, 클림트의 붓터치감이 숨을 쉬듯 살아있는 커피잔. 이 모든 제품들이 바로 도자기와 예술가의 협업(collaboration)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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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개념이 전무한 1940~50년대에는 튼튼한 스테인리스 식기나 서민용 백색 도자기가 대부분이었다. 전쟁통을 겪으며 의·식·주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기때문에 상차림이나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물을 퍼담고 밥도 먹을 수 있는 막사발과 대접 위주였다.
백색도자기에도 물론 무늬는 있었다. 壽(목숨 수), 福(복 복), 韓(한국 한) 등의 문자를 새긴 것으로 사극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투박한 그릇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테이블 위를 뛰어나온 도자기
‘이영애의 하루’ 라는 패러디글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엘라스틴으로 머리를 감고, 웅진코웨이 물을 마시고, KT로 영어공부를 하고, 드라마 휴대폰을 받고… 광고계를 섭렵했던 그녀의 광고제품들을 하루 일과로 엮어 만들었던 유머글이었다.
2015년의 도자기 디자인도 하루일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 도자기 램프 불을 켜고, 머그컵에 물 한잔을 마시고, 도자기로 한 상차림을 차려 식사한 후 도자기 보석함에 담긴 쥬어리를 꺼내고.
지금의 도자기는 화사한 꽃을 그릇 전면에 새겨넣었던 90년대, 파스텔톤 컬러를 접시 테두리에 둘렀던 2000년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도트, 스트라이프, 캐리커처, 알파벳과 같은 다양한 무늬 뿐 아니라 도자기 램프, 도자기 쟁반, 도자기 보석함 등도 나오고 있다. ‘도자기=식기’ 라는 공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밥을 먹을 때나, 먹지 않을 때나 생활소품으로서 사용하는 ‘생활자기’ 가 된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좌우하는 하나의 품목이 된 도자기는 이제 더 다양한 분야와 손을 잡고 있다. 팝아트와 함께 만든 yap(young artists project), CJ E&M 채널과 함께 제작한 올리브마켓(olive market), 뉴욕 디자이너들과의 파트너십을 맺은 트위그뉴욕(Twig NY)까지 산업 전 분야에 걸친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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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정신이 담긴 디자인은 국가나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하나의 공용어가 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분야와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도자기 산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