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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기의 그릇 상식 톡톡!]④드레스에서 팝아트까지

김경훈 기자I 2015.05.26 06:00:46
왼쪽부터 앙드레김, 알레산드로 멘디니, 구스타프 클림트(사진제공:한국도자기
[이데일리 김경훈 기자]Q. 앙드레김, 알레산드로 멘디니, 구스타프 클림트의 공통점은?

A. “도자기작품이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아온 세 사람의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도자기 위에 앙드레김의 드레스를 그대로 새겨넣은 접시, 멘디니의 창의성이 고스란히 담긴 티팟, 클림트의 붓터치감이 숨을 쉬듯 살아있는 커피잔. 이 모든 제품들이 바로 도자기와 예술가의 협업(collaboration)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왼쪽부터 앙드레김의 ‘웨딩마치’, 멘디니의 ‘지오메트리카’, 클림트의 ‘유디트’(사진제공:한국도자기)
◆언제부터 그릇에 디자인을 넣었을까?

디자인 개념이 전무한 1940~50년대에는 튼튼한 스테인리스 식기나 서민용 백색 도자기가 대부분이었다. 전쟁통을 겪으며 의·식·주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기때문에 상차림이나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물을 퍼담고 밥도 먹을 수 있는 막사발과 대접 위주였다.

백색도자기에도 물론 무늬는 있었다. 壽(목숨 수), 福(복 복), 韓(한국 한) 등의 문자를 새긴 것으로 사극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투박한 그릇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쟁 이후 군수품과 함께 유입된 수입 커피잔을 통해 하얀 그릇만 쓰던 한국인들은 점차 디자인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던 1970년, 해와 달, 거북 등의 전통문양이 그릇 전체에 새겨져 출시됐다. 그것이 바로 한국도자기 20년 장수 ‘십장생’ 이다. 옷이나 장신구에만 새겨지던 십장생 문양을 그릇 전체에 그려 당시에는 큰 화제가 됐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기 시작한 80년대, 십장생과 같이 장수와 풍요를 상징하는 디자인들이 인기를 모았다. 나비, 학, 거북이 등 동물들 뿐 아니라 모란, 연꽃 등도 디자인의 소재가 됐다. 결국 디자인은 그 시대의 경제, 문화적인 환경을 반영하는 거울인 셈이다.

◆테이블 위를 뛰어나온 도자기

‘이영애의 하루’ 라는 패러디글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엘라스틴으로 머리를 감고, 웅진코웨이 물을 마시고, KT로 영어공부를 하고, 드라마 휴대폰을 받고… 광고계를 섭렵했던 그녀의 광고제품들을 하루 일과로 엮어 만들었던 유머글이었다.

2015년의 도자기 디자인도 하루일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 도자기 램프 불을 켜고, 머그컵에 물 한잔을 마시고, 도자기로 한 상차림을 차려 식사한 후 도자기 보석함에 담긴 쥬어리를 꺼내고.

지금의 도자기는 화사한 꽃을 그릇 전면에 새겨넣었던 90년대, 파스텔톤 컬러를 접시 테두리에 둘렀던 2000년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도트, 스트라이프, 캐리커처, 알파벳과 같은 다양한 무늬 뿐 아니라 도자기 램프, 도자기 쟁반, 도자기 보석함 등도 나오고 있다. ‘도자기=식기’ 라는 공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밥을 먹을 때나, 먹지 않을 때나 생활소품으로서 사용하는 ‘생활자기’ 가 된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좌우하는 하나의 품목이 된 도자기는 이제 더 다양한 분야와 손을 잡고 있다. 팝아트와 함께 만든 yap(young artists project), CJ E&M 채널과 함께 제작한 올리브마켓(olive market), 뉴욕 디자이너들과의 파트너십을 맺은 트위그뉴욕(Twig NY)까지 산업 전 분야에 걸친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팝아티스트들의 yap, CJ E&M과의 올리브마켓(사진제공:한국도자기)
다양한 디자인의 도자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결국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며, 도자기 사용의 다각화는 결국 시대나 연령 관계없이 더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싶어하는 트렌드를 반증하는 현상일 것이다.

예술가의 정신이 담긴 디자인은 국가나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하나의 공용어가 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분야와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도자기 산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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