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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고 장르 초월한 현대미술"…伊 파르네시나 컬렉션 첫선

이윤정 기자I 2023.07.18 05:30:00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컬렉션 70여점 선보여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모자이크 작품 등
8월 20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이탈리아 외교협력부가 사용하던 건물은 금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로마 키지궁이었다. 1960년까지 이곳에서 자리했던 외교협력부는 로마 변두리의 파르네시나궁으로 이전했다. 파르네시나궁은 화려한 키지궁과는 달리 소박한 건물이었다. 이에 실망한 직원들은 40년 가까이 파르네시나궁에 손을 대지 않은 채 근무했다.

그러다 1998년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움베르토 바타니 베네치아 국제대학 총장이 오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파르네시나궁이 너무 텅 비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외교협력부를 방문하는 외국인 VIP들에게 이탈리아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이내 바타니는 이탈리아의 미술품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친분이 있던 작가들에게 미술품 대여를 부탁했고, 파르네시나궁으로 미술품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의 현대미술품 컬렉션인 ‘파르네시나 컬렉션’은 그렇게 탄생했다.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시 전경(사진=아트선재센터).
이탈리아 ‘파르네시나 컬렉션’이 일본과 인도, 싱가포르를 거쳐 국내에 상륙했다. 오는 8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에서 열리는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이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의 미술 컬렉션 중 7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보통 컬렉션은 기관이나 개인 소장자가 가진 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르네시나 컬렉션은 외교협력부의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다만 외교협력부 소장품이 아닌 기관이나 작가들에게 대여한 작품들이다.

전시 기획은 이탈리아의 저명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84)가 맡았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올리바는 “현대미술은 위축된 근육에 마사지하는 것과 같다”며 “이탈리아의 현대미술은 표현 방식이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 회화와 조각, 장르를 초월하는 양식적 절충주의, 어떤 구속이나 한계도 넘어서는 창의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사진=아트선재센터).
이번 전시에서는 1910년대부터 동시대까지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신 거울 앞에 한쪽 팔을 들고 서 있는 청동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남성의 손가락 끝은 거울에 닿을 듯 말듯 한다. 작품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관람객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이다. 트랜스아방가르드(이탈리아의 신표현주의) 운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산드로 키아의 1990년대 모자이크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영웅 혹은 거인과 같은 인물들을 통해 희망과 고통을 지닌 인간의 존재를 초현실주의적인 유머로 그려냈다.

엘레나 벨란토니의 단채널 영상 ‘여우와 늑대: 권력 투쟁’(사진=아트선재센터).
마테오 바실레의 ‘31.45.19’는 알루미늄에 디지털로 인쇄된 작품이다. 작가는 1990년대부터 컴퓨터 아트와 디지털 사진을 사용해 전통 회화의 형태, 색상, 효과의 혁신을 시도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두 손에 심장을 담은 인물을 통해 전통과 혁신 간의 화해를 보여준다. 로마 출신의 작가 엘레나 벨란토니의 영상 작품 ‘여우와 늑대: 권력 투쟁’도 눈에 띈다. 탱고의 리듬에 맞춰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영상 작품은 파르네시나궁에서 촬영된 것이다. 현대의 사회적인 관계를 초현실적인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미래주의’를 대표하는 움베르토 보초니(1882∼1916)의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의 청동 버전, ‘예술가의 똥’으로 유명한 피에로 만초니(1933∼1963)가 자신의 발자국을 나무에 표현한 ‘마법의 발판’도 볼 수 있다. 알렉산드로 데 페디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공공문화외교국 국장은 “이탈리아 미술에는 르네상스, 바로크 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탈리아의 현대미술을 알리고 싶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산드로 키아의 모자이크 ‘무제’(사진=아트선재센터).
마테오 바실레 ‘31.45.19’(사진=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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