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난방대란 대비한 유럽…지난해부터 보조금 확대

박종화 기자I 2023.01.27 05:30:00

독일, 1인당 40만원씩 에너지 요금 보조금
서유럽, 러시아 위협에 일찌감치 에너지 대책
재정 압박·인플레이션 가중은 부담거리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겨울 난방대란이 현실화하자 세계 각국이 난방비 경감 대책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중단 위협을 겪은 서유럽 국가는 지난해 일찌감치 난방비 대책을 마련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을 주로 지원하는 한국과 달리 서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가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의 가스 요금이 전년에 비해 40%정도 상승한 반면 이들 국가들은 2~3배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가 보조금 확대에 따른 재정난은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다. .
프랑스 보르도의 거리.(사진=AFP)
독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너지 비용 상승 대책을 마련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해 9월 소득세 납부자에게 에너지 가격 보조금을 인당 300유로(약 40만원)를 지급한 데 이어 지난해 연금생활자와 학생에도 각각 300유로, 200유로(약 26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사용량의 80%까지는 1KWh당 전기·가스요금을 각각 40유로센트(약 537원), 12유로센트(161원) 할인해준다

영국도 지난해 10월 에너지 비용 절감 대책을 내놨다. 에너지 비용 상한제가 대표적이다. 가구당 연간 전기·가스요금이 2500파운드(약 383만원)를 넘으면 그 차액을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제도다. 올 4월부터는 지원 기준이 3000파운드(약 457만원)으로 높아지지만 지원 기간이 내년 4월까지로 연장됐다. 영국은 또한 90만가구에 연료비 보조금 400파운드(약 61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바이오매스나 난방유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면 200파운드(약 31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해 7월 ‘구매력 보호 법안’을 입법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악화하는 가계 경제를 보조하는 게 핵심이다. 이 법안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그해 연말까지 가스 가격을 동결하고 휘발유 보조금도 리터당 18유로센트(약 241원)에서 30센트(약 402원)으로 올렸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비용 경감을 위해 올해도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을 15%로 제한할 계획이다.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이들 세 나라는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기 전부터 에너지 비용 절감 대책을 마련했다. 또한 비교적 지원 대상이 광범위한 게 특징이다.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일찍부터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영국·독일·프랑스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 러시아는 LNG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이들 나라는 일찍부터 에너지 공급난과 가격 상승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랜트 섑스 산업·에너지·기술전략부 장관은 지난달 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며 “푸틴의 불법적인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올랐지만 정부는 영국 가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력을 다해 기민하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보다는 늦었지만 일본도 이달부터 9월까지 에너지 비용 일부를 정부가 보조해준다. 전기는 1KWh당 7엔(약 66원), 도시가스는 1㎡당 30엔(약 285원)을 지원하되 9월은 보조금을 절반만 지급한다. 일본 정부는 가구당 월평균 2700엔(약 2만5700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런 난방비 경감 정책에는 막대한 정부 재정이 들어간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에만 에너지보조금으로 70억파운드(약 10조7258억원)을 지출했다. 영국 예산책임청은 에너지보조금이 3월 말까지 400억파운드(약 61조290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독일 역시 에너지 보조금으로 990억유로(약 133조362억원)을 썼다. 또한 에너지 보조금이 과다하게 시중에 풀리면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에너지 위기 장기화에 대응하여 우리나라도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대응정책의 시행을 검토하되 국가재정·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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