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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서열화 없앨 수 있나…"생존 자사고에만 날개 달아준 꼴"

신하영 기자I 2019.07.14 08:44:56

11개교 탈락 확정시 3910명 자사고 정원 일반고로
전문가 "자사고 수요 여전, 생존학교로 학생 몰릴 듯"
8곳 무더기 탈락한 서울 자사고 인기 되살아날 듯
"재지정통과=당국 공인…자사고 옥석가리기 효과"

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의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된 9일 자사고 취소 결정이 내려진 마포구 숭문고 관계자가 교문을 닫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올해 재지정 대상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4곳 중 11곳이 탈락하면서 살아남은 자사고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재지정 통과로 교육당국으로부터 사실상 공인받은 자사고란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서다. 역설적으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목표로 진행한 재지정 평가가 자사고 옥석 가리기로 귀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11개 자사고 정원 감축…생존시 반사익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5년 주기로 받아야 하는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는 모두 11곳이다. 자사고 평가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가 이에 동의해야 지정취소가 최종 확정된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은 문재인 정부 공약이기에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결국 자사고 11곳의 탈락이 확정될 경우 고입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들 학교의 신입생 선발규모가 3910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42개 자사고 선발인원(1만3863명)의 28.2%를 차지하는 규모다. 자사고 입학정원의 약 4000명이 일반고 정원으로 전환될 경우 살아남은 자사고는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올해 재지정 통과 자사고는 서울(하나고·한가람고·이화여고·중동고·동성고) 5곳, 서울 외 지역 8곳(포항제철고·민사고·현대청운고·김천고·광양제철고·북일고·인천포스코고·계성고) 등 모두 13곳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자사고 입학경쟁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지역 자사고 22곳의 2019학년도 평균 입학경쟁률은 1.29대1이다. 이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높은 하나고마저 2015학년도 5.66대1에서 2019학년도 2.35대1로 반 토막 났다.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까지 경쟁률이 하락하는 동안 서울에서만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광역단위 자사고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경희고·숭문고·한대부고의 2019학년도 입학경쟁률은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 8곳 탈락에 서울 자사고 인기 살아날 듯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서만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8곳의 자사고(선발인원 2914명)가 무더기로 탈락했다. 전북의 상산고, 부산의 해운대고, 경기 안산동산고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11곳의 자사고가 탈락 위기에 놓였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자사고는 24곳으로 입학정원은 7457명이다. 이 가운데 11곳의 자사고가 탈락하면서 3910명의 정원이 일반고 정원으로 전환된다. 그만큼의 자사고 수요가 살아남은 자사고로 쏠릴 공산이 커진 것.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는 교육당국 공인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이어갈 것이기에 학생이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역시 “재지정 평가로 살아난 자사고는 그간 운영을 잘했다고 공인받은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24개 자사고를 평가한 11개 시도교육청은 이번 재지정평가에서 교육과정·재정여건·교원전문성·학교만족도 등을 평가했다. 학교법인의 재정 지원을 포함해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교육여건까지 두루 살펴본 셈이다. 더욱이 올해 재지정 평가는 합격기준을 2014년 1주기 때(60점)보다 10점 높인 70점(전북은 80점)을 적용했다. 커트라인을 높이면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목표로 추진한 재지정 평가가 오히려 옥석가리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살아남은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준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 2022 대입 수능 확대도 자사고에 유리

현 고1 학생들이 응시하는 대입에서 정시 수능전형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살아남은 자사고에 힘을 실어준다. 통상 일반고보다 상위권 학생이 많은 자사고는 학생부교과전형보다 수능전형에 강점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확정하면서 정시 수능선발 비중을 30%까지 높이도록 했다. 서울대는 이런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달 14일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선발 비율을 30.3%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임성호 대표는 “대입제도까지 자사고가 전통적으로 강한 수능 확대로 가고 있고 이미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가진 자사고의 강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영덕 소장도 “학교 간 편차가 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사고에서 학종 지도를 잘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생존한 자사고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자사고 선발인원과 탈락 자사고 선발인원 비교(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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