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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올해 농사를 망친 만큼 당분간 농산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한주 수익률 5% 이상 껑충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3대농산물선물(H)은 지난 5일 8475원으로 거래를 마쳐 최근 한달새(지난달 3일 대비) 10.5% 상승했다. S&P GSCI 그레인스 셀렉트 ER 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시카고 상품 거래소(CBOT) 상장된 옥수수, 콩, 밀 선물 가격에 연동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농산물선물Enhanced(H) 역시 같은 기간 6.4% 올랐다. 이 ETF가 추종하는 S&P GSCI 애그리컬처 인핸스드 셀렉트 지수는 옥수수, 밀, 대두, 설탕 등 4개 농산물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
일반 펀드 가운데 신한BNP파리바운용의 ‘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 펀드는 최근 1주일 수익률 5.2%를 기록했다.
농작물 선물 가격이 상승한 것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요 농산물 가격은 최근 1주일 사이 10% 가까이 상승했다. 5일 기준으로 부쉘(bushel·약 8갤런)당 선물 가격은 △대두(콩) 869.6센트 △소맥(밀) 490.6센트 △옥수수 414.6센트를 각각 기록했다. 열흘 전과 비교하면 대두는 5.8%, 소맥은 4.3%, 옥수수는 6.4% 각각 상승했다.
◇악천후로 공급 우려 커져 가격 반등
농작물 선물 가격 상승은 수급 불균형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최근 미국 중서부 지방을 덮친 이상 기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미국 최대 곡창 지대다. 항간에서는 `이웃끼리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토지가 펼쳐진 지역`으로 묘사될 정도다. 세계 최대 상품거래소가 미국 중서부에 있는 시카고에 위치한 것도 여기서 나오는 농작물을 거래를 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봄부터 이 지역에서 토네이도를 동반한 폭우가 내린 영향으로 상당 지역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폭우는 특히 옥수수와 콩 등 파종 시기가 맞물린 지난달 집중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9일 인터넷판에서 `악천후로 미국 국토 절반이 토네이도 앨리처럼 변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토네이도 앨리는 토네이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국 중서부 지역을 일컫는다.
외신이 전한 미국 농무부 조사를 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미국 옥수수 수확은 58% 진척을 보였다. 같은 시기 5년 평균 90%와 비교해 크게 뒤쳐져 있다. 이번 홍수로 올해 옥수수 농사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면적은 약 600만 에이커(약 2만5000㎢)다. 2013년 기상 악화 당시는 약 360만 에이커 수준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넓다.
최근 수요 약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공급 차질 우려는 컸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분쟁 과정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가격이 오른 것이다. 통상 수급이 약화하면 공급 가격이 내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상 악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중국발 수요 위축 우려보다 더 무서웠던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농산물 작황이 매년 풍작을 이룬 탓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빠진 상황에서 공급 차질 우려가 발생하자 저가 매수가 몰리면서 가격이 반등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변수 많아 투자 신중”
농작물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사가 한해를 보고 길게 가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공급이 확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단번에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 낫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실제로 5일 하루는 선물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서 주요 농산물 펀드 수익률도 하루 만에 2% 안팎에서 하락했다.
박문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퀀트운용팀장은 “농산물 가격은 당분간 더 상승할 여력이 있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 조정받을 여지가 있다”며 “미·중 무역협상 등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농산물 가격은 주식 가격과 반비례로 움직이는 성향을 고려해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