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주근깨가 다닥다닥 박힌, 영원한 아홉 살 ‘말괄량이 삐삐’를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삐삐를 연기한 스웨덴배우 잉거 닐슨은 이제 60대를 바라본다니. 그런데 그 시절 그 삐삐가 왜 이리 구겨졌을까.
작가 강리아(29)는 현실과 환상의 어긋남을 그린다. 종이에 자유롭게 환상세계를 펼친 뒤 그것을 잔뜩 구긴 상태로 두고, 구깃한 그 현실을 캔버스에 옮겨놓는 식. 구기는 대상은 영화·만화·명화 등 주로 사각틀에 갇힌 유명 캐릭터다. 드로잉으로 환상을 꺼내고, 페인팅으로 현실로 되돌리는 거다.
이를 두고 작가는 “환상의 가벼움에서 현실의 묵직함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위로하는 행위라고 했다. 아무리 구겨진 삶이라도 ‘인생은 아름다워’(2016)라 외칠 만하다는 뜻이겠지. 자칫 환상에만 머문 시선을 경계하려는 듯 직접 써넣은 문구가 독특하다.
24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로 앤갤러리서 김한과 여는 ‘강리아·김한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올해 ‘앤갤러리 신진작가 공모전’에 뽑힌 작가들이다. 캔버스에 오일. 116.8×91㎝. 작가 소장. 앤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