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여론조사이야기]⑤ 응답하라 2013 대한민국

편집부 기자I 2013.09.03 07:00:01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이사]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6개월에 맞추어 공중파 방송사를 포함해 주요 언론사들이 일제히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대통령 지지도는 대체적으로 60%대 이상이었고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는 긍정평가가 70.4%에 달했다. 북한과 외교는 좋은 평가를, 인사문제는 나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한 언론사의 사후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요지는 한 방송사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12.1%이므로 약 8300명에게 물어 1000명만이 답했다는 것이다. 국민 8300명 중 704명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했다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었다.

과연 응답률과 여론조사와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우선 응답률과 여론조사의 신뢰도와는 뚜렷한 상관성이 없다. 응답률은 조사를 종료한 후에 계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한 응답률을 목표로 하기는 매우 힘들다. 가령 40%이상의 응답률로 조사하겠다고 하여 원하는 응답률로 조사되는 것이 아니다.

조사시점, 조사대상, 설문내용, 문항의 수, 조사방법 등 응답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매우 많다. 심지어는 나라별로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여론조사 전통이 오래되고 발달된 나라에서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므로 응답률이 높은 편이다.

반면에 조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는 조사 응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통제사회인 사회주의국가에서도 조사의 성격에 따라 응답률은 천차만별이다. 조사의 신뢰도는 응답률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표본의 대표성과 설문의 객관성에서 비롯된다.

응답률과 여론조사의 관계를 몇 가지 질문으로 더 명확하게 밝혀보자.

첫째 응답률이란 무엇인가.

응답률의 계산방법은 나라별로 조사결과의 활용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나라마다 전화, 일대일 면접, 온라인 조사의 환경이 다르고 조사결과에 응답자 접촉상태도 상세히 분석하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다.

그렇지만, 전화조사일 경우 실제 접촉이 이루어진 응답자 전체에서 조사가 끝까지 유효하게 완료된 비율을 대체로 의미한다. 1000명 조사결과에서 12.1%의 응답률은 8300명과 통화는 되었는데 조사에 끝까지 답해준 경우가 1000명이었다는 것이다.

둘째 응답률이 높아야 신뢰할 수 있는 조사인가.

그렇지 않다. 응답률과 조사 신뢰도와는 뚜렷한 상관성이 없다. 응답률이 낮지만 매우 신뢰 있는 조사결과가 있을 수 있고 응답률은 매우 높지만 믿을 수 없는 조사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응답률과 조사신뢰도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일부에서 조사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응답률이 낮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의견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여론조사와 관련된 연구 분석에도 응답률이 몇% 이상 되어야 신뢰할 수 있다는 이론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 국회의원실에서 응답률이 25%미만인 여론조사의 경우 공표하거나 보도하면 안된다는 법안을 제출한 것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인식이다. 더욱이 법안제출의 이유로 여론조사를 불량식품으로 비유한 것은 리서치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4대악과 관련된 범죄자처럼 매도하는 무책임한 처사이기도 하다.

법안 발의한 의원실의 목적이 일부 여론조사결과의 신뢰 문제 때문이라면 그 문제에 걸 맞는 처방이 이루어져야 합당한 것이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애꿎은 응답률로 전체 여론조사에 시비를 걸 일은 아닌 것이다.

셋째 응답률은 낮아도 괜찮은 것인가.

응답률과 조사신뢰도가 직접적인 상관성은 낮다고 하더라고 응답률은 높아져야 한다. 응답률이 낮다는 것은 조사에 대한 거절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나 사회에 대한 혐오를 표시하는 것이고 그만큼 중요한 국가정책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몇 개의 여론조사전문기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실시하더라도 같은 사람이 전화를 여러번 받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여론조사에 적극적이지 않다.

정치권은 여론조사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자기 진영에 유리하도록 해석하기에 급급했다. 자의적으로 여론조사결과를 해석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불신도 쌓이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여론조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협력해줄 일이 있다.

일정한 시간내에 조사를 완료해야하는 여건을 고려한다면 휴대폰 번호를 여론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개인 정보 관리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여론조사기관에 부여하면서도 국민여론을 더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조사기관의 노력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응답자들의 거절 비율을 낮출 수 있도록 집전화 뿐만 아니라 휴대폰전화번호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번 선택된 조사대상자는 응답하기 가장 편한 시간을 부여하여 거절 비율을 줄여야 할 것이다.

응답률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돌직구’가 연일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조사결과에 대해 응답률을 이유로 외면하는 행태는 후안무치 그 자체이다. 국민들의 생각을 더 강력하고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여론조사 참여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응답률을 핑계 삼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향해서 80%이상의 응답률로 진격하는 국민여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정치와 정책현안의 측정에 소극적일 때 브레이크 없는 한국정치는 더 크게 차선을 이탈할 것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응답하라,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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