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강당. 200석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업계 관계자들이 설명회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투자계약증권 신고·승인을 통한 조각투자 신사업 관련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듣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300조원 신시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조각투자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내달 ‘1호 투자상품’이 시장이 나올 전망으로, 증권사 등 업계의 본격적인 시장선점 경쟁이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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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날 발행예정 법인 등을 대상으로 첫 설명회를 열고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개정 서식, 향후 심사 방안 등을 설명했다. 조각투자 업체를 비롯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신한·우리·하나·전북은행과 농협, 김앤장 등 법무법인이 참석했다.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KB·NH투자·삼성·신한투자·하나·키움·한화투자·유안타·교보·하이투자·유진투자·IBK투자·SK증권 등 15곳이 몰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스탁키퍼(서비스명 뱅카우), 테사(테사),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 등 조각투자 사업자의 제재 면제를 확정했다. 이후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내용을 담은 투자계약서 증권신고서 서식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들 5개 업체는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사업 재개에 나선다. 뮤직카우도 9월 서비스 재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날 설명회에 주요 증권사가 모두 참석하며 관심을 나타낸 것은 관련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증권사는 조각투자 업체와 협업 등을 통해 사업에 공동 진출할 예정이다. 논의 중인 조각투자 서비스는 미술품, 음악저작권, 부동산, 명품·수집품, 탄소배출권, 한우, 귀금속까지 다양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술품·한우 관련 5개 업체 중 신고서가 이달 제출될 예정”이라며 “신고서를 승인한 후 빠르면 9월에 ‘1호 투자상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투자자 보호책, 금감원 “집중 심사”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13개사와 워킹그룹을 만들고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도 관련 기업과 협업 구조를 만들었다. 하나증권은 아이티센과 귀금속 등 실물 원자재 기반 조각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조각투자 관련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는 2030년에 36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이렇게 시장이 커지려면 업계가 투자자 보호 관련 방안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달에 투자계약증권 신고서가 접수되면 투자자 보호 방안을 중점 심사할 계획이다. 양승의 금감원 공시심사실 수석조사역은 “투자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없도록 투자자 보호 방안에 대해 상세하게 심사할 것”이라며 “신고서 제출부터 효력 발행까지 15일의 심사 시간을 둔 만큼, 기업들이 상세하게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기금을 별도로 적립하는 등 투자자 피해 대책이 충분한지도 심사 과정에서 살펴볼 방침이다. 방종훈 금감원 기업공시국 수석조사역은 “투자자 보호기금의 적립 규모는 기초 자산 특성, 보유 규모, 손해 발생 관련 통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투자자 피해 발생 시 이를 보전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수준으로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계약증권=미술품, 한우 등 자산을 기초로 삼은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사업 결과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소액 쪼개기 투자를 하는 ‘조각투자’의 한 종류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증권발행(STO)과 거래 방식은 다르지만, 조각투자 특성은 비슷해 STO를 준비 중인 증권사 등이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