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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태원 희생자 49재…상처 치유에 실패, 갈등만 증폭

황병서 기자I 2022.12.16 05:30:00

[이태원참사 희생자 49재]①
유족·시민사회 차린 분향소 앞, 버젓이 2차 가해
‘도의적 책임’조차 없이…더딘 진상규명
정쟁·갈등거리로 전락…생존자마저 극단 선택
“정부·정치권, 사회 복구 역할 못해”

[이데일리 황병서 조민정 기자] “네자식이 죽어도 그럴 거냐, 말해봐라 나쁜놈아!”(50대 여성 추모객), “집회 신고 먼저 했는데도 양보해줬더니, 그런 소리가 나와?”(보수단체 관계자)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앞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사진=황병서 기자)
이태원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49재를 하루 앞둔 15일, 이태원역 인근의 시민분향소는 ‘추모’ 아닌 ‘갈등’의 장이었다.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전날 이 분향소를 설치하자 보수단체들이 달려와 “이태원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는 플래카드를 거는 등 추모를 방해하면서 추모객들과 말싸움이 벌어졌다. 손가락으로 ‘하트’, ‘브이(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희생자들의 영정이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사 후 50일이 돼 가지만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은 더디고 사회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희생자들을 욕보이고 유족들을 비난하는 2차 가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참사 때에도 그랬듯 누구도 나서서 책임지고 수습하려 하지 않는다. 애당초 ‘사고’로 못 박았던 정부는 그 누구에게도 ‘도의적 책임’조차 묻지 않고,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정국타개의 협상도구 정도로만 삼았다. “세월호와 같은 길은 안된다”는 여당 실세 의원의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이태원 참사는 정치권의 정쟁거리, 일반 국민의 갈등소재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참사 생존자였던 10대 고등학생은 지난 1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이 지난 10일 협의회를 창립하며 “우리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이어진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참사 후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서 사회를 정상적으로 복구시켜야 하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참사 예방에 실패한 데 이어서 참사 후 사회 복구에도 실패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거센 눈발에도 이날 분향소를 찾은 50대 김모씨는 “유족들의 아픔을 나누고 싶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왔다”며 “저는 정치는 하나도 모르지만 제발 정부와 정치권이 이태원 참사 문제를 잊지 않고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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