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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문화재]①21만점 떠도는데 환수는 0.5%…왜 돌아오지 못하나

이윤정 기자I 2022.11.29 05:30:00

RM, 국외소재 문화재 위해 1억 기부
불법적인 유출 문화재만 환수 대상
일본·미국·독일·중국에 83% 산재
"문화재 환수는 잃어버린 나라 찾아오는 것"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나라밖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은 국외소재 문화재 보존·복원과 활용해 써달라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2년 연속 1억원을 기부해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와 맞물려 국립중앙박물관은 프랑스에 약탈당했다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10년을 기념한 특별전을 이달 1일 개막해 관심을 더했다. 외규장각 의궤 297책 전권이 공개되는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나라밖 문화재는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나라 영토 밖으로 나가 있는 문화재를 지칭하는 말로 국외소재 문화재로도 부른다. 현재 각 국가별로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는 21만4208점에 이른다. 각국의 박물관·미술관 소장품에서 공식 확인된 숫자로 개인소장품 등 미공개 문화재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2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는 △일본 9만4341점(44%) △미국 5만4185점(25%) △독일 1만5402점(7%) △중국 1만3000점(6%) 등이다. 4개국에 83%인 17만6928점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재는 고고학, 역사학, 예술, 민속, 생활양식 등이 축적돼온 인류 문화활동의 소산이다.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한국미술사연구소 소장인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문화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국가는 아주 낮은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다”며 “문화재 환수는 곧 잃어버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외에 있는 문화재 21만점이 모두 환수 대상은 아니다. 문화재가 해외로 나가게 되는 경로는 문화 교류나 구입·교환·기증 등 합법적인 경로와 약탈과 분실, 도난 등 불법적인 경우가 있다. 불법적인 경로로 반출됐다면 환수의 대상이지만, 합법적으로 해외에 나갔다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순기능도 있기에 환수 대상은 아니다.

국외 문화재 환수는 국제법상 강제 수단이 미비할 뿐 아니라 국가들간의 정치·경제·문화적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외규장각 의궤 중 ‘효종국장도감의궤(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협상·경매 통해 환수…기업·개인이 힘 보태기도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는 방법은 대략 세가지로 요약된다.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해당 국가에 요구하는 방법, 유물을 소유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해당 국가에 돌려주는 방법, 그리고 경매 등 매입을 통해 들여오는 방법이다.

정부 간 협상에 의한 것은 2011년 ‘한일 도서협정’에 의해 일본 궁내청에서 보관하던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도서 1205점을 들여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정부가 2014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반출됐던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을 반환한 것도 정부 간 협상의 성과다.

해외 유물은 대다수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6·25전쟁 중에 불법으로 흘러나갔다. 오대산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은 1913년 일본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학교)으로 불법 반출된 경우다. 불법 반출된 문화재와 관련해서는 유네스코가 1970년 제정한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이전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유네스코 협약’ 등의 국제 협약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 약탈국인 강대국들의 비협조와 소급적용 불가 조항 등으로 실효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경매를 통해 최근 국내로 돌아온 문화재로는 조선시대 보물급 그림인 ‘독서당계회도’가 있다. 16세기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당초 소장자인 일본인 간다 기이치로(1897∼1984·교토 국립미술관 초대 관장)의 사망 이후 다른 일본인이 갖고 있다가 지난 3월에 열린 미국 경매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해당 내용을 파악한 후 입찰에 나서 매입에 성공했다. 낙찰가는 69만 3000달러(한화 9억 8322만원)였다.

민간 기업과 개인이 환수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게임사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영국을 떠돌던 조선왕실 유물인 ‘보록’의 환수를 지원한 것을 비롯해 ‘석가삼존도’ 등 지금까지 여섯 번의 국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일본 도쿄에서 ‘청고당’을 운영하는 재일동포 김강원 씨는 지난 9월 ‘백자청화 김경온 묘지’와 ‘백자철화 이성립 묘지’를 일본에서 매입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재일동포 김강원 씨가 매입해 기증한 ‘백자청화 김경온 묘지’(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실태조사 인력 태부족…“사안 따라 실적 달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1만855점의 문화재가 국내로 돌아왔다. 환수경위별로 살펴보면 공공기관(정부기관, 지자체)의 환수문화재는 총 1만13건으로 △협상 3305건 △구입 516건 △기증 6180건 △수사공조 12건이었다. 민간(개인, 사립박물관)의 경우 총 842건의 환수문화재 중 △기증 458건 △구입 351건 △협상 33건 순이었다. 특히 지난 10년간(2012~2021년)의 환수 실적은 1086건으로 전체의 0.5%에 불과했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349점과 344점이 환수됐으나 지난해에는 열한 점에 그쳤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환수의 경우 건수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며 “문정왕후 어보의 경우 한건을 회수하는데 7년이 걸렸지만, 조선왕조 도서는 1200여점이 한번에 환수되는 등 사안에 따라 연도별 실적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국외 문화재 환수작업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면밀한 실태조사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2년 출범 이후 10년간 전체의 22%에 불과한 4만7103점만을 조사했다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실태조사 전담 인력은 단 2명에 불과하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은 “매년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의 중요한 문화재가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며 “환수해야 할 문화재에 우선순위를 두고 꼭 국내로 들여와야 하는 문화재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별 국외소재문화재 현황 통계(자료=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가별 국외소재문화재 현황(자료=국외소재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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