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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가와 시민단체 사이에서 SPC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20대 노동자가 빵 소스 배합 작업 중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SPC는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책임과 더불어 사고 바로 다음날 공장 라인을 재가동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에 SPC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시민단체와 대학가에서 먼저 불이 붙었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지난 20일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지 않고 처우 개선을 진행할 때까지 불매 운동에 동참하자”는 대자보를 학내에 게시했다. 참여연대 등 단체도 성명서를 내고 “사회적 책무를 방기한 SPC그룹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나이키 등에서도 생산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비윤리적인 요소가 드러나 전 세계적인 불매운동이 전개돼 재발방지 약속을 받은 바 있다”며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대표적인 대항은 불매운동”이라며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지금은 소비자들끼리 SNS 등 연결이 잘 돼 있어 불매운동이 확산하기 쉬운 구조”라며 “앞으로 SPC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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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요된’ 불매운동이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한 서울대생은 “불매 운동 누구도 강요 안 한다며, 서로 각자 갈 길 가자는데 굳이 참견하는 게 어느 쪽인지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이어 “불매할 거면 해. 난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하자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불매운동’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대한민국에 대해 수출통제 조치를 하자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당시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일본 의류를 구매하거나 일본 맥주를 먹는 사람들을 향한 마녀사냥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모(33)씨는 “지인의 생일이라 급하게 파리바게뜨에서 케이크를 샀는데 ‘불매운동은 안 하느냐’는 면박을 들었다”며 “SPC가 분명히 잘못하긴 했지만, 불매운동은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지, 하지 않는다고 죄인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푸념했다.
직장인 A(27)씨도 “회사 주변에 파리바게뜨가 있어서 급한 출근길에 어쩔 수 없이 커피를 사 먹을 때가 있다”며 “불매 운동은 안 한다고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을 죄가 없지 않냐. 무작정 불매운동보다는 SPC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9일 SPL 공장장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로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조사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강 대표를 오는 24일 국감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 사건에 대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