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부가 8·2 대책 등 부동산 규제책만으로는 서울 등 인기지역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신규 공공주택지구 개발 등 공급 확대책을 꺼내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주거 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남권 인근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택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임기내 목표한 물량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 2022년까지 100만 가구 공급…文정부 대선 공약보다 15만가구 늘어
국토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공공임대 65만 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 가구, 공공분양 15만 가구 등 총 100만 가구의 주택을 수도권과 대도시권 위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적임대주택 85만 가구(매년 13만 공공임대+4만 공적임대) 공급보다 15만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공급하겠다고 밝힌 공공임대 65만 가구는 박근혜 정부 55만1000가구, 이명박 정부 45만5000가구, 노무현 정부 39만3000가구 등 앞선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실적보다 많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77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공공택지를 이미 확보했고, 추가로 40여곳의 공공주택지구를 신규 개발해 16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행복주택의 경우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난항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임대주택 정책이 실패했던 것은 도심 접근성이 낮은 비인기 지역에 주로 공급됐기 때문”이라며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단기간에 공급이 가능할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 공급 확대… 민간 분양시장 침체 우려도
국토부는 민영주택도 실수요자에게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공공택지 공급을 전국 8만5000가구 수준으로 확대하고, 수도권에는 6만2000가구 수준으로 공급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신규 분양주택의 고분양가로 인해 주변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주택이 공급되면 인기지역은 청약 과열을 부추기고 주택시장이 침체된 지역은 집값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인하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 인하가 주택 품질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도 감소시키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했던 보금자리주택의 전례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2009∼2018년까지 총 150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사업이 축소되거나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특히 당시 인근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의 공급 정책에 반발했고,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민간 분양시장은 침체하고 공급도 위축되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 5년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 119조4000억원(연 평균 23조9000억원)을 어떻게 조달할 지도 관심사다.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 사업비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공적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유동화한 민간자금 활용을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부채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 공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재정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