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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상명대 교수] 우리춤협회는 지난달 16일과 17일 양일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무용을 위한 칸타타’를 공연했다. 젊은 무용가와 음악가를 한 팀으로 구성해 6팀의 창작품을 선보였고 6인의 심사위원이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7일 첫 무대는 경기도립무용단 수석단원 박지혜의 안무와 이미 음악만으로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앙상블 시나위가 곡을 붙인 ‘만월’이었다. 박지혜의 춤에는 여성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여성성의 상징인 달의 기운을 음양오행설에 대입해 앙상블 시나위와 칸타타를 이룬 것은 물론 사랑을 품은 여성 4명의 움직임을 밝은 기운으로 풀어냈다. 4명의 달과 1명의 태양 등 5명의 어울림은 보는 내내 작품에 몰입하게 했다.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과 노래는 작품 속에 녹아들어 편안한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음악에 흡수된 무용수들의 감각적이고 역동적이면서 화려한 표현과 표정, 동선이 칸타타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두 번째 무대는 국립무용단원으로 활동하는 전정아와 작년 5월 창단된 라이트 브레인의 작곡으로 칸타타를 이룬 ‘그림자 떼어주기’였다. 이 무대는 전정아와 박윤정, 여성 2인무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됐다. 어두운 무대에서 달을 들고 있는 한 여인, 그 여인이 움직이기 전까지 그 뒤에 다른 여인이 서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완벽한 합체를 이루며 공연은 시작된다. 브레인의 음악과 연주는 투박했지만 진솔했다. 전정아는 나 자신, 타인과의 관계 재정립, 그들과의 융합의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림자를 자신과 투영하고, 타인으로 설정해 다가가고 함께 조화를 이루며 교감하는 방식의 안무는 인상적이었다. 다만 무대 장악력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세 번째 무대는 국립전통예고 강사인 유승관과 뮤지컬 음악감독인 허성은의 칸타타 ‘심미정서로서의 흥’이었다. 의자만 쌓여 있는 무대를 바라보며 무용수들은 불이 켜진 객석 뒤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며 등장했다. 이윽고 무대로 올라가 의자에 앉아 그들만의 특색있는 포즈를 취하며 공연은 시작됐다. ‘흥’을 단순한 흥으로 풀어내지 않고 한국 춤의 정신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 ‘한’으로 풀어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몸을 불편하게 하는 정장을 무대 한가운데서 모두 벗어던짐으로써 정해진 패턴과 룰을 거스르려는 움직임은 잠시나마 관객에게 자유로움을 안겼다. 유승관·허성은의 칸타타는 무용수들이 길거리에서 편하게 자신들의 춤을 추고 관객들은 길을 지나다 멈춰서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대에 오토바이를 등장시키고 무대로 나와 소리를 하는 파괴감에서 ‘젊음’이 느껴졌다. 보는 내내 DJ DOC의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났던 것은 이런 독특한 조합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