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배달앱 수수료 재논의, 판 다시 짠다고 해결될까[생생확대경]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영환 기자I 2026.05.04 06:00:03

지난 24년 도출된 상생안 존재…수개월 협의 끝 ‘현실적 타협’
정권 교체 이후 수수료 상한제로 논의 급선회…정책 연속성 훼손
참여단체 늘리자 갈등만 증폭…회의 파행 속 이합집산하는 단체들
지방선거 앞두고 멈춰선 협상 테이블…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 몫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2024년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을 맡았던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4개월 간 12차례 협의회를 주재하고 결론을 내리면서 브리핑을 통해 “(합의가) 늦어질수록 소상공인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최종 수정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렬로 끝낼지, 부족하더라도 합의를 만들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선택은 ‘부분 합의’였다. 일단 출발점을 만들자는 판단에서였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 당시 결정은 ‘시작이 반’조차 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출범시키면서 다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린 탓이다. 심지어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는 1차 회의에서 이견만 확인한 채, 예정됐던 2차 회의는 아무런 공지 없이 열리지 않았다. 시작이 반은 커녕 출발점을 뒤로 더 돌린 모양새다.

상생협의체와 사회적 대화기구는 배달플랫폼과 상생안을 도출하겠다는 협상 테이블이란 점에서 일견 유사해보이지만 구성원이 달라졌다. 배달플랫폼에서는 ‘빅2’ 업체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로 플레이어를 줄였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중에는 3곳을 추가해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로 협상 주체를 늘렸다.

문제는 이 자리에 모일 예정이던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가 격한 언사를 주고 받으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당초 참여할 예정이었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아예 논의에서 이탈했고 일부 단체도 1차 회의에 불참해버렸다. 사회적 대화기구가 파행을 겪는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한국외식업중앙회, 전국상인연합회는 따로 모여 공동 상생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는 다른 행보를 선언한 셈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측은 “누구나 협상 테이블에 참석할 수 있다”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확대 이유를 댔다. 다만 일부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인사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배달플랫폼 상생안을 논의하는 여타 단체에 ‘사주를 받았냐’는 요지의 발언을 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협상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안된다”고까지 언사를 높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24년 합의안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 부처인 기재부, 농식품부, 중기부, 공정위가 협상 대상자인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를 직접 추천했고 위원장도 민간 영역인 교수를 세워 4개월 간 12번 머리를 맞대가면서 어렵게 이뤄낸 결과물이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2026년 사회적 대화기구가 힘겹게 결과물을 도출한다고 해도 같은 운명으로 전락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원래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업종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그래서 더 의미 있을 수 있던 합의안이었다. 어렵게 모아낸 목소리여서다. 그런데 그걸 건너뛰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참여의 의미는 점점 옅어진다. 어차피 또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협상 자체가 힘을 잃는다. 더욱이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협상 테이블은 개점휴업과 다름 없는 상태가 됐다.

이 사이에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고통 받는다. 그들의 삶은 공전하기 어렵다. 문제를 크게 흔들어놓고 정리를 미루면 피해를 입는 건 언제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다. “(합의가) 늦어질수록 소상공인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최종 수정안을 수용키로 했다”는 이 교수의 용단을 공중분해한 건 도리어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