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오늘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따라서 6일 18시간 동안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의 지지도 변화를 알 수 없고, 선거 당일 판세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아닌 주관적 추측만 가지고 투표를 해야 한다. 이른바 ‘깜깜이 선거’다. 언론 등은 어제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할 수 있지만 오늘부터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는 있어도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깜깜이 기간이 설정된 것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선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지도가 높게 나온 후보에게 ‘될 사람 밀어주자’며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도, 반대로 지지도가 낮게 나온 후보에게 ‘역전 표를 모아주자’며 표가 몰리는 언더도그(underdog) 효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아무리 충실하고 공정해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애초부터 부실하거나 편향된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선거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왔다. 역대 선거에서 후보들이 ‘자체적으로’ 또는 ‘내부적으로’ 조사해본 결과라면서 자기한테 유리한 판세 정보를 암암리에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깜깜이 상태에서는 흑색선전과 비방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유권자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 교류를 하는 시대여서 특정한 여론조사 결과의 영향이 과거처럼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부작용을 고려해 지난해 국회에 깜깜이 기간 폐지를 권고했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법안은 한 번도 제대로 심의되지 않은 채 계류돼 왔다. 깜깜이 기간을 놔두는 것이 정치 신인보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깜깜이 기간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판세 정보를 투표 행위의 합리적 근거로 활용할 줄 아는 성숙한 주권자 시민으로 유권자들을 바라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