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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수록 가관인 의정 갈등, 양쪽 모두 지는 길로 갈 텐가

논설 위원I 2024.03.29 05:00:00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갈등이 풀릴 기미는 없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며칠 전 의료 현장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재역으로 내세워 협상을 시도했으나 의료계가 호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부 공격에 한술 더 뜨고 나섰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젠 웃음이 나온다. 전공의 처벌 못할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정부를 조롱하는 글을 올렸고, 지난 26일 선출되어 오는 5월 1일 취임할 예정인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도 정부 정책에 어깃장 놓기를 계속하고 있다.

임 차기 회장은 선출된 직후 “면허 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전공의·의대생·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일이 있으면 그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정부에 을러댔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안상수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공천 취소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부 강경파 의사들을 빼고는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을 만큼 무리한 요구다. 이는 정부가 펼치기 시작한 대화 테이블을 초장부터 걷어차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의료계의 이런 몽니에 질세라 고집불통으로 맞서는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으로는 의료계에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의정 간에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된 의대 정원 증원을 대화 의제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의료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시된 연간 증원 규모와 실행 일정 조정을 비롯한 절충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 싸움만 계속할 건가. 의료 공백으로 인한 병원 측의 진료 거부로 중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등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조속히 아무런 전제조건도 걸지 말고 만나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야 한다. 이대로 강대강 대치만 계속해서는 양쪽 모두 국민의 신뢰를 잃고 분노의 대상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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