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 한전 전기료와 통합 징수해온 KBS수신료를 분리징수하기로 한데 대해 민주당이 언론탄압, 방송장악 시도라며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수신료 인상은 쉽게, 면제는 어렵게 하는 법안까지 만들며 KBS를 적극 두둔, 옹호하고 있다. KBS는 민주당과 노조에 유리한 보도를, 민주당은 KBS의 모럴 해저드를 용인하는, 이른바 정치권력과 방송권력의 불편한 ‘짬짜미’를 보는 것 같다.
민주당 주장대로 KBS가 그동안 공영방송에 걸맞은 역할을 해왔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KBS는 문재인 정부시절 민노총과 연계된 노영방송으로 전락하며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권교체 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왜곡, 근거 없는 경찰의 노조 강경 진압 등 노골적 편파보도를 일삼으며 시청자들의 외면과 질타를 받아왔다. 지금도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 중 야당 성향은 60% 이상, 여당 성향은 10%도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KBS는 부실한 콘텐츠와 방만 경영으로 지난해 1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 수입의 45%를 수신료에 의존한 채 자구노력은 회피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감안하면 수신료는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처럼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에서 96.5%가 분리 징수에 찬성한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방송환경을 바로잡고 공영방송의 쇄신을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국민 뜻에 역행하며 발목을 잡는 건 공영방송을 계속 장악해 유리한 언론지형을 유지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이미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을 강행처리하면서 방송 장악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낸 그들이다. 민주당의 이런 일련의 행보는 문 정권 내내 친여 성향이었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동업자처럼 방어막을 쳐주는 행태를 보인 것과 유사하다. 민주당의 끝없는 내로남불과 적반하장에 혀를 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