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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2012년 10월 무렵, 마흔 살 즈음이다. ‘사막에길을내는사람들’(사길사)이 운영하는 광야홈리스센터를 찾았다가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조씨는 “자립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해 보라”는 임명희 사길사 이사장의 말에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만화를 떠올렸다. 조씨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뜻을 보이자, 임 이사장은 정지아, 박준수 작가를 소개해줬다. 조씨는 이 작가들을 스승으로 모시며 6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길사와 선배 작가들 등의 도움으로 조씨는 지난 10일부터 나흘 동안 “노숙인에서 예술작가로 재탄생한 그들의 전시회, 감사의 밤”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사길사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개최한 건 조문석씨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넓게는 노숙인과 어려운 사람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 심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게 됐다”고 했다.
전시회에 걸린 조씨의 작품엔 나무, 풀, 이슬처럼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 소재들이 많았다. 조씨는 공원 등을 다니며 마음에 드는 소재를 카메라로 찍은 후에 집 한켠에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조씨는 “벌써 (작품이) 23개나 팔렸다”며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아내가 뒷바라지를 많이 하는데 이번 기회에 보답하고 싶다”고 웃었다.
노숙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단 말도 빼놓지 않았다. 조씨는 “홈리스센터를 전전하다 보면 가난 속에서 직업 교육을 받기 어려워 고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직업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쉼터에 있는 수많은 노숙인들도 저를 보고 희망을 얻고 새 삶을 시작하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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