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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는 왜 여의도에 몰려 있나요?

김겨레 기자I 2022.07.23 07:21:53
Q. 한국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여의도 증권가’는 언제부터, 왜 생긴 건가요?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특히 동여의도가 한국의 금융 중심지가 된 시기는 1980년대 초반입니다. 이전까지 금융 중심지는 여의도가 아닌 서울 중구 명동이었습니다.

이는 한국거래소의 위치 때문인데요.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는 1956년 서울 중구 명동에 설립됐습니다. 1920년 설립된 조선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경성주식현물취인소’ 자리였습니다. 당시 조선식산은행·조선저축은행·동양척식주식회사 등도 명동 주변에 있었습니다. 일제시대부터 돈과 관련된 거래를 하기 위해선 명동에 가야 했던 겁니다.

그런데 1979년 증권거래소가 서울 여의도로 이전합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낮은 국민 소득으로 투자 여력이 없었고 공모를 할 만큼 신용이 있는 회사도 드물었는데, 1973년 기업공개촉진법 시행으로 상장 기업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1956년 증권거래소 개장 당시 상장된 회사는 12곳이었는데 1978년 말에는 상장 기업이 356개사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거래소는 전산시스템과 같은 현대적 시설을 도입한 여의도 신관으로 이사를 갑니다. 주식 시세가 표시된 전광판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 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거래소가 여의도로 이사를 가자 명동에 있던 증권회사들도 여의도로 자리를 옮깁니다. 당시 증권 거래 방식은 증권거래소 객장에 곳곳에 설치된 매매대에서 호가표에 매매 금액과 수량을 적어 내면 거래소 직원이 이를 접수해 거래를 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증권사 직원이 직접 거래소에 와야 거래가 가능했기 때문에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증권회사도 본사를 옮긴 것입니다.

1988년 21개 종목이 전산매매를 시작한 이후 1997년에는 모든 종목이 전산 매매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곧 증권사의 업무 전산화로 연결돼 증권사가 꼭 여의도에 있어야 할 필요성도 줄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은 여의도를 떠나 기업 본사가 몰려있는 을지로로 옮겨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증권사는 여의도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남아 있습니다. 거래소와 증권사 IT시스템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매매 체결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꽤 있는 것이죠. 금융 중심지라는 상징적인 이유 때문에 여의도로 이삿짐을 싸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이름을 알려야 하는 중소형 증권사들 입니다. 회사의 위치가 채용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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