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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감염병예방법 위반자도 쌓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방역지침을 자주 바꾸면서 자영업자와 시민 모두 법 위반에 따른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약 2년간 집합금지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은 총 2만208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만721명이 검찰에 송치됐고, 1612명은 불송치됐다. 9753명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범법 혐의자가 쏟아지면서 관련 사건 수사는 더디게 진행 중이다. 적발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장사도 안 되는데 수사는 늘어지고, 결국은 벌금도 내야 하니 고통이 크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 시흥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다 2020년 12월에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된 김모(34)씨의 최종 처분은 지난해 7월 나왔다. 적발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김 씨는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1년 처분을 받았다. 이 판결을 받기까지 약 8개월이 걸린 셈이다. 그는 “주변 사례를 보면 벌금 처분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수사가 늘어져 처분까지 8개월이나 걸리니 솔직히 짜증이 났다”고 털어놨다. 서울 노원구 노래방에서 영업허용시간 이후까지 영업을 하다 지난 1월 구청과 경찰에 적발된 김모(56)씨도 2개월이 훌쩍 지나서야 경찰서에 출석, 첫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죽겠는데 빨리 벌금 물리고 끝내지 두 달이나 지나서야 조사받으러 오라니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2~3주 단위로 방역지침 바꿔” 불만도
경찰도 고충이 크다. 기존 업무에 더해 방역수칙 위반 조사를 위해 유흥시설 등을 순찰하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자 수사까지 맡고 있어서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수사를 맡고 있는 한 경찰은 “피의자가 워낙 많아 출석일정을 맞추기가 어렵고 사건이 워낙 많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현재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건이 쏟아지고 있는데 인력은 한정돼 있다”며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난의 화살은 방역당국을 향하고 있다. 방역지침을 자주 바꾸면서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원망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는 “정부가 억지로 범법자를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며 “지원금은 쥐꼬리 같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자영업자들만 죽어난다”고 했다. 인천에서 노래클럽을 운영하다 영업시간을 어겨 적발된 김모씨도 “정부의 방역지침이 갈지(之)자 행보를 하니 선량한 자영업자들이 희생당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지 일방적으로 방역지침 내리고 어긴다고 범죄자 만들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방역지침만 바꾼 게 아니다. 방역지침 위반 시설에 적용하던 과태료 및 행정처분도 일부 완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9일부터는 감염병예방법 1차 위반 시 150만원 과태료와 10일간의 ‘운영중단’ 처분 대신 과태료 50만원 과태료와 ‘경고’ 조치를 내린다. 2차 위반 시엔 기존 300만원의 과태료와 ‘운영중단 20일’이 아닌 100만원 과태료와 ‘운영중단 10일’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한 노래주점 사장은 “먼저 걸린 놈만 억울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없었으면 아무 일 없었을텐데, 우리만 굶어죽거나 범죄자되거나 하는 코너로 몰리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