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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 또 같은 일이 벌어질지, 혹은 다른 어느 곳에서 우리 산업계를 옥죄는 사건이 터질 것인지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희토류의 경우 전 세계 생산의 60~70%를 차지하는 중국이 이를 무기화하면 한국 기업들에는 치명적이다. 희토류는 반도체용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레이저, 전투기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될 뿐 아니라, 최근엔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 등 친환경 산업에도 필수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 희토류의 대중국 의존도는 52.4%에 달한다.
첨단 산업을 포함한 대다수 분야의 핵심 소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희토류와 더불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 등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흑연·리튬 등의 소재도 사실상 중국이 독점 공급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을 뒤흔든 요소는 수입량의 97%가 중국산이다. 배터리(리튬이온축전지)도 93.3%에 달한다. 중국산 태양전지 및 태양광 패널 시장 점유율은 각각 78%, 72%에 이른다. 이외에도 1800개 이상의 주요 수입 품목들이 중국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다.
당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한국에는 부담이다. 미국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현 정부 기조 때문에 외교적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수혜를 입는 기업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에는 원가 등 비용 상승 요인이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또 각국이 수출을 옥죄면 초과 수요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가 높아진 것도 우려를 키운다. 전경련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작년 1~8월 24.3%로 미·중 무역전쟁 발생 직전 해인 2017년 20.5% 대비 3.8%포인트 확대했다.
국내 산업계에서 비중이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에 대해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상준 박사는 “지금은 전통 에너지원이 완전히 배척된 것도, 신재생 에너지원이 완전히 자리 잡은 것도 아닌 전환기”라며 “전통 에너지원 투자가 줄어들면서 앞으로 공급망 이슈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신재생 에너지가 자리 잡기 전까지 기존 에너지원 수입국들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투자·지원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원자재도 마찬가지”라며 “정부 역시 순조롭고 매끄러운 전환이 이뤄지도록 앞으로는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