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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AI인재 양성에 무관심한 대학 구조조정

송길호 기자I 2021.12.21 06:15: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이미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된 대학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2024년에는 대학입학 정원이 입학가능 학생 수보다 13만 명 정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8년 1차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권고한 감축인원이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3년까지 12만 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박근혜 정부의 로드맵을 폐기한 바 있다.

더욱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신뢰성과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국회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예산을 증액하여 올해 8월에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의 4분의 1을 구제해 주는 조치를 취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5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대학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우리 대학이 제대로 길러내지 못한다면 대학의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글로벌 위상은 초라하다. QS대학평가에서 30위 안에 든 대학은 하나도 없고 100위 안에 든 대학이 6개이다. 아시아에서는 6개 대학이 30위 안에 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도래한 초고용(super-employment) 시대로 전 세계 대학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프레이는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이 포진한 기존 대학들이 평생 8∼10개 직업을 바꿔가며 일해야 할 정도로 달라질 미래의 교육을 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AI 시대에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될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우리 대학은 학생 선발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다. 수시로 바뀌는 가이드라인을 비판도 없이 그대로 따른다. 정부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AI 시대에는 수십만 명의 수험생을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와 선생님과 학생 및 학부모가 서로 믿지 못하게 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등록금에 대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 코로나 19와 함께 시작된 뉴노말(New Normal) 시대, AI시대 대학교육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많은 대학들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대학이라도 AI에 대한 투자는 100억 원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MIT의 투자액이 1조원이 넘는다. 미국 하버드대학보다 입학하기 어렵다는 100% 온라인 교육기관인 미네르바대학은 한 수업 당 학생 수가 2∼16명에 불과하다.

대학 교육의 질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등록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많은 사립대학들이 기자재 구입비 등 교육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은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대학이 집행을 대행하는 국가장학금제도가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지원으로 포장돼야 한다. 대학에 행정적 부담을 전가하고 교육당국의 사학 운영에 대한 개입 근거가 되는 국가장학금 지급 방식을 대학이 아닌 국가의 직접 지급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자율 구조조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국가사업 참여 여부를 통해 실질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 구조조정도 지양되어야 한다. 현재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포함한 모든 대학이 정부의 지침에 예속되어 결과적으로 대학 경쟁력의 하향평준화와 함께 대학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교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교육의 질에 따라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면 정부의 간섭 없이도 경쟁력 있는 대학만이 살아남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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