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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것이 좋다’라는 것은 많은 경우도 통하는 논리이다. 심장은 어떨까? 심장도 크면 좋을까? 일단 우리가 소위 ‘성능좋은’ 심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일반인들에 비해 큰 심장을 가졌다. 심장을 통해서 몸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인 심박출량(Cardiac Output)은 ‘심박수(1분간 심장이 박동하는 횟수’ x ‘1회심박출량(Stroke Volume)’으로 결정된다.
1회심박출량(심장이 한 번 수축으로 짜내는 혈액량)이 많으면 더 적은 심박수로도 몸에서 필요한 혈액을 짜 낼 수 있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힘든 활동을 해도 일반인보다 심박수 상승이 적고, 숨이 덜차게 느낀다. 1회심박출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심실용적이 커지거나, 심실구혈률(담겨있는 혈액중 짜 내는 혈액의 비율)이 커지면 된다.
이 중 심실구혈률은 여러가지 심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65% 이상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많은 경우 심장의 크기에 따른 차이가 박출량의 차이가 결정된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유명한 운동선수들, 특히 지구력을 요하는 마라톤이나 수영같은 종목의 운동선수들은 심장의 크기가 다른 사람에 비해 크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심장기능이 떨어진 환자들도 심장이 커지게 된다. 심장에 들어온 혈액중 대동맥으로 짜 내는 혈액의 비중이 떨어지면, 심박출량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심장이 담고 있는 혈액량을 늘리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실용적 100㏄인 심장의 심실구혈률이 60%이면 1회 심박출량은 60㏄가 되는데, 심실구혈률이 30%인 심장이 일회 심박출량 6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실용적을 200㏄까지 키워야 한다. 심장은 이런 식의 보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심실구혈률이 천천히 떨어지는 경우에는 상당히 오랜기간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다가, 다른 이유로 흉부방사선촬영을 할 때 심장이 크다는 것을 발견하고 심장질환을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확장성 심근증이라고 불리는 병처럼 선천적으로 심근의 수축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병원을 찾게되는 시점에 심실구혈률이 20%대까지 떨어져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된다. 확장성 심근증 이외에도 허혈성심장병, 판막질환, 고혈압성 심장병 등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심근수축력이 저하될 수 있고, 심장비대를 동반하게 되기 때문에, 흉부방사선 촬영등 우연한 기회에라도 ‘심장비대’라는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심초음파 검사등 적절한 후속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