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이 진행 중인 동아원(008040)과 한국제분의 패키지 매각이 추진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채권단과 매각주관사인 회계법인 EY한영은 이번주 초 동아원과 한국제분에 대한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매각 측은 동아원과 한국제분을 함께 파는 패키지 매각을 원칙으로 세웠다.
지난달 29일 채권단이 양사의 워크아웃 개시를 의결한 다음날인 30일 금융감독원은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 및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동아원을 포함한 19개사를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올렸다. 채권단은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두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패키지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부별 분리매각의 경우 분리 작업에 추가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상화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제분은 동아원의 최대주주로서 동아원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제분업체다. 동아원은 제분부문 외에도 생물자원부문(배합사료), 기타부문(와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앞서 한국제분은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매각 작업을 벌여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했으나 매각이 최종 무산 됐다. 당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동아원의 304억원 채무 상환 협조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 한 관계자는 “이번주 초 매각공고가 나갈 예정”이라며 “양사 전체 매각을 원칙으로 하되 사업부별로도 매각이 가능하도록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양사 전체 패키지 매각 가격으로 3000억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를 합치면 매각가로는 3000억원 정도가 예상된다”며 “기존 제분업체의 경우 독과점 이슈가 있어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분사업 외에는 큰 메리트가 없어 두 회사를 통으로 매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매각 측에서 전체 매각 방침을 세웠더라도 매각이 지지부진할 경우 제분 사업만 별도 매각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원(한국제분 포함)은 CJ제일제당(097950), 대한제분(001130)과 함께 국내 제분업계 ‘빅3’로 꼽히는 회사로 약 75%의 점유율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3등분하고 있다. 이밖에 삼양사(145990),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002680)(옛 영남제분) 총 8개 업체가 수십년간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원이 새 주인을 맞게 될 경우 국내 제분업계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