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햇빛속에 아메리칸 위스키 흔적을 찾아 지난달 뉴욕에서 버지니아행 기차에 올랐다. 창 밖으로 펼쳐진 녹음을 즐기며 두 시간쯤 지났을까. 어느덧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차량을 타고 40분쯤 달리니 백악관에서 약 27㎞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마운트버논 증류소가 보였다.
◇마운트버논에서 조지 워싱턴의 숨결을 느낀다
나무 장작으로 둘러싸인 입구에 들어서니 습한 공기 속에서 진한 오크향과 알코올향이 코 끝을 스친다. 숨만 쉬어도 살짝 술 기운이 오를 것 같은 공간 속에서 전통 복장을 입은 남성 두 명이 커다란 오크통을 중앙에 두고 번갈아가며 반죽을 휘젓고 있다. 한번 저을 때마다 최소 4시간에서 최대 6시간까지 걸린다. 걸죽해진 반죽을 한 번 저어보겠느냐는 한 남성 제의에 무거운 나무 막대를 못이긴 채 잡아봤다. 생각보다 많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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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버논에서는 호밀(라이) 함량이 60%, 옥수수 35%, 보리 5%의 비율로 배합된 라이 위스키를 주로 생산한다. 한때 1만1000갤론 이상 생산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연간 800갤론 정도를 생산한다. 라벨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옛날과 달리 조지 워싱턴 얼굴과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현지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짐빔에서 와일드터키까지..버번 위스키 트레일
마운트버논 증류소에서는 라이 위스키를 생산하지만 흔히 아메리칸 위스키는 ‘버번 위스키’로 통한다.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 함유량이 51% 이상이고 안쪽을 검게 태운 오크통에 80도 이하로 숙성시킨 위스키를 뜻한다. 옥수수 함유량이 높을수록 위스키는 단 맛이 강해지고 호밀 함량이 높을수록 좀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이 강해진다.
마운트버논에서 켄터키 루이빌까지 차량으로 약 9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45분이 걸린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짐 빔(Jim Beam)과 와일드 터키(Wild Turkey), 불릿(Bulleit) 등 9개 업체들이 켄터키 버번 트레일에 포함돼 있다. 루이빌에서 시작할 경우 불릿 또는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에서 시작해 렉싱턴에 있는 타운 브랜치(Town Branch)에서 끝난다. 각각의 증류소를 둘러보고 제품을 맛보려면 두 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우드포드 리저브는 마스터 디스틸러인 크리스 모리스가 고안해 낸 제조법에 따라 곡물과 나무를 다루는데 다른 업체들과 달리 세 번 증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드포드 리저브는 9개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증류소 견학을 진행했는데 그 때문인지 가장 독특하고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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