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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R&D 지원보다 약가 규제 완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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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현 기자I 2014.12.10 06:00:00

반복되는 약가인하로 수익성악화→투자위축
글로벌제약사 투자 기피 우려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한국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국내외 제약사들은 ‘약가 규제’가 연구·개발(R&D)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반복되는 약가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의약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산업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는 14조1325억원으로 2009년 14조7886억원보다 오히려 4.6% 감소했다.

지난 2006년부터 정부가 약품비를 줄이기 위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약가인하 정책을 꺼내든 결과 제약산업은 위축됐다. 국내 제조업 생산금액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93%에서 지난해 4.42%까지 곤두박질쳤다.

연도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단위: 억원,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연도별 국내 제조업 총생산 대비 의약품 비중(단위: %,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 2012년 복지부는 일괄 약가인하와 함께 신약이 발매될 때 약가를 낮게 책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보건당국은 신약의 약가는 같은 효능을 가진 다른 의약품과 비교해 결정한다. 새로 등장한 신약이라도 같은 효능에 사용되는 모든 약물의 사용량을 반영한 평균가격인 ‘가중평균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도록 명시됐다. 예를 들어 똑같은 성분의 의약품 A(50원)와 B(100원)가 있을 경우 A는 연간 10개 팔리고, B는 5개 판매됐으면 이 성분의 가중평균가는 66.7원(총 판매금액 1000원÷총 판매량 15개)이다. 가중평균가의 하락만으로도 신약 가격을 억누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여기에 지속적인 약가인하 정책으로 기존 의약품도 떨어지면서 가중평균가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제약사들의 고민이다. 2012년 개편된 약가제도에 따르면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약가는 종전의 53.55%으로 자동 인하된다. 결국 대체 약물의 가격이 절반 가격으로 떨어지면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신약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복지부가 이번에 내놓은 제약산업 육성방안에는 ‘신약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 약가를 수용하면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절차를 생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 입맛에 맞게 약가를 낮추기 위한 장치가 하나 더 늘었다”고 비판한다.

갈원일 한국제약협회 전무는 “대체 약물의 가격이 특허만료 약가인하 등 수많은 약가인하 기전에 의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신약가격이 대체약물의 가격에 견줘 책정되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신약 가치가 지속적으로 저평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정부는 2009년부터 매출이 급증한 의약품에 대해 보험약가를 깎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운영 중이다. 올해 들어 청구실적이 전년대비 50억원 이상 늘면 약가를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사용량에 따른 약가인하 폭이 더욱 확대됐다. 예를 들어 처방실적 500억원을 기록한 제품이 이듬해 5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와의 추가 협상을 통해 약가를 깎는다는 얘기다.

사용범위가 확대돼 매출 증가가 예상될 경우에도 약가를 미리 떨어뜨리는 제도도 반영됐다. 두통약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이 임상시험을 통해 추가로 근육통의 효과를 인정받게 되면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약가를 내린다는 의미다. 제약사 입장에선 자사 제품이 많이 팔린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최근에는 약가인하 정책으로 글로벌제약사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김성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전무는 한국 시장에서의 신약 보험약가는 OECD 평균의 44%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에서의 가격을 참고로 다른 나라에서도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꺼리게 되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다국적제약사 입장에서는 낮은 약가를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의 신약 발매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면서 국내업체와의 파트너십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시각이다.

이번에 복지부는 신약개발의 기초가 되는 임상시험 발전을 위해 ‘글로벌 임상연구 혁신센터’를 내년 설립키로 하는 등 다국가 임상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다국적제약사들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김 전무는 “최근 글로벌제약사들의 한국 법인이 아시아로 편입되는 등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면서 “한국 시장 신약 도입은 예맨 다음으로 하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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