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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전' 대관 취소…전쟁기념관 '甲질'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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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I 2014.07.17 06:10:10

전시내용 없는 '日 욱일기' 트집…개막 이틀 전 무산
지난 3월 심의통과 무색…혈세로 위약금 물 상황
작가는 반제국주의자…4년간 KBS 방영돼 이미 검증
주최측 '법적 대응 불사'…3년간 18억 투자 물거품
5000여명 예매 환불 소동…졸지에 친일관람객 몰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원피스 특별기획전’ 미디어데이에서 전시기획사 측이 공개한 전시작품들. 전쟁기념관은 원작만화 속에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전범기가 등장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전시회 개막 이틀 전에 대관 취소 통보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 1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오픈할 예정이던 ‘원피스 특별기획전-메모리얼로그: 정상결전완결편’(이하 ‘원피스 전’)이 전쟁기념관의 일방적인 대관 취소로 무산됐다.

전쟁기념관은 개관 이틀 전인 지난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원피스 전’의 대관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이미 예매가 진행돼 5000여장의 입장권이 팔린 뒤였다. 또 원피스 동호회 등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원피스 관련 전시에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점이었다. 전쟁기념관은 “‘원작에 전범기(욱일승천기)가 등장하는 ’원피스 전‘을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하는 건 문제’라는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며 “전쟁기념관의 정체성을 고려해 전시의 대관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시를 준비한 기획사 측은 “전시내용과 무관한 전범기를 문제 삼아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관 취소를 단행한 전쟁기념과의 처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전범기’…전시내용과 관련 있나

‘원피스 전’은 일본 소년점프에서 연재되고 있는 만화 원피스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정상결전완결편을 테마로 한다. 전시에 모티브가 된 원작은 1997년 일본의 만화가 오다 헤이치로가 연재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 11월 전 세계 누적 판매부수가 3억 4500만부를 넘길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만화책 역대 최다 판매기록이며 아직도 연재가 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 될 전망이다.

‘원피스 전’은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기획해 2010년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를 돌며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서 준비된 전시에는 원피스 주요 캐릭터의 오리지널 피규어와 애니메이션의 설정자료 및 시나리오 콘티 등 일본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희소성 높은 자료들이 나왔다. 여기에 만화에 등장하는 해저대감옥 ‘임펠다운’과 해군의 중심부 ‘마린포드’ 등을 재현해 볼거리를 늘렸다.

전시를 기획한 웨이즈비의 이준 대표는 “3년간 약 18억원을 들여 전시를 준비했다”며 “전시내용 중 어디에도 전범기와 관련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쟁기념관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 “전시내용에는 전범기가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 중 전범기로 보일 수 있는 이미지가 수차례 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만 언급했다.

△원작 내 전범기?…악당 대표 이미지로 활용

전쟁기념관의 지적대로 원작 만화에는 전범기가 몇 차례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범기는 도리어 주인공과 대립되는 악당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활용됐다”며 “원피스의 원작자인 오다 헤이치로는 일본 내에서도 반제국주의자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다는 자국의 침략역사에 비판적인 인식을 가진 인물이다. 일본에서 간행된 단행본을 통해 “왜구는 조선반도 등지에 배로 침략하던 사람들”이라며 “일본의 역사교과서에는 조선에 출병했다고 쓰여 있지만 사실 악탈하러 간 것이 맞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관 결정 당시 없던 문제가 갑자기 불거졌다?

‘원피스 전’은 이미 지난 3월 전쟁기념관 자체 대관 심의회의를 통과했다. 대관 승인에 대해 전쟁기념관은 “‘원피스’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KBS에서 방송용 애니메이션으로 장기 방영되는 등 이미 검증된 콘텐츠고 전시장의 연출에 논란을 야기할 만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피스는 착한 해적인 주인공 루피가 악한 해적을 무찌르고 동료들과 함께 겪는 모험담을 담았다.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진취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전개 덕에 역대 국내 지상파 애니매이션 중 최장기 방영기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 이틀 전에서야 전시내용을 문제 삼은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원피스 전’의 대관을 급작스럽게 취소한 이유에 대해 전쟁기념관은 ‘홈페이지와 온라인 등에서 ‘원피스 전’을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민원’과 ‘전시관 정체성’ 외에 다른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5000여명 예매 관람객

7월 초 전쟁기념관 홈페이지에는 ‘원피스 전’을 비난하는 게시글이 3~4개 정도 게시됐다. 임진왜란과 항일독립투쟁의 역사를 기리는 전쟁기념관에서 일본 콘텐츠를 전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민원이었다. 하지만 전시가 취소되자 같은 게시판에는 전쟁기념관의 섣부른 결정을 비판하는 글들이 더 많이 올라왔다. ‘원피스’의 열혈 팬이라 밝힌 박미연(35) 씨는 “애초에 전쟁기념관이 대관을 허가했던 전시 아닌가”라며 “대형 전시회가 이틀 전에 주최측도 아닌 대관측의 취소로 무산된 경우는 처음 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쟁기념관의 대관 취소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원피스 전’을 고대하던 관람객들이다. 이미 예매를 했던 5000여명의 관람객은 환불소동에 휘말리게 됐고 졸지에 전쟁기념관에서 전시하는 일본 콘텐츠를 보러 가려 했던 ‘친일 관람객’으로 몰리는 처지가 됐다.

△전시 취소 위약금은 국민세금으로?

이 대표는 “이번 대관 취소 논란은 결국 힘없는 전시기획사가 갑의 위치에 있는 대관사로부터 횡포를 당한 것이다”라며 향후 전쟁기념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전쟁기념관은 전시 취소에 따른 위약금은 물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쟁기념관이 국방부의 지원을 받는 준공공기관이란 것. 이번 전시 취소로 전쟁기념관은 자칫 혈세로 위약금을 물어낼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구국정신과 문화교류는 별개로 판단해야

이번 대관 취소 논란은 전쟁기념관이 주장하는 ‘정체성’에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에는 일제와 맞서 싸운 항일사료들 외에 조선 인조때 후금에 의해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병자호란 관련 전시실도 있다. ‘원피스 전’을 취소한 논리대로라면 중국 관련 전시 대관도 불허해야 한다. 더군다나 중국은 6·25전쟁 당시 북한을 도와 참전한 ‘적성국가’였다.

글로벌시대에 문화교류는 ‘과거사’와는 별개로 유연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언론사의 한 관계자는 “전쟁기념관의 논리라면 전쟁기념관 내부에 일체의 일본산 제품이 들어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문화교류 측면에서 전쟁기념관의 결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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